HTC08.시코쿠 순례길 ~10번(四国お遍路, 切幡寺)

지난달

둘째날의 반나절만 지났지만 나머지 반나절은 짧았다. 걷다가 쉬다가 하다보니 오후 6시 40분. 첫날부터 시작 시간이 남들과 다른탓에 애매한 시간에 애매한 장소에서 망설이게 되었다. 보통은 첫날 아침에 출발하여 정해진 코스(이 구간은 절 4개를 순례, 저 구간은 절 5개를 순례하는 식)가 있는데 거기서 엇박자가 나버린 탓도 있고 세월아네월아 두리번거리며 느긋하게 다닌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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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었던 듯하다. 예전엔 가게로 쓰였던 건물 같은데 주인할머니가 문 앞에 냉차와 사탕, 간단한 과자를 올려두고 '필요하면 먹고가라'고 써놓았다. 낡았지만 매일 쓸어내는 그 앞을 구경하고 있는데 동네 할머니가 직접 뚜껑을 열고 이것저것 꺼내서 내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소금사탕이 입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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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밴드와 부채가 보기 좋았고 매일 컵을 씻어내는 주인 할머니의 마음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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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 숨쉬는 공기마저 눅눅했다. 전망이 트였는데 습기탓에 멀리 보이지는 않았다. 가을쯤 오면 멋있는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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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객들이 제법 웅성거리다가 금방 전세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자전거 순례객도 몇 번 마주쳤는데 짧은 눈인사 후에는 금방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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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앉아서 쉬었다 가라고 손을 끈 할머니. 이 분도 예전에 KBS다큐에서 뵌 적이 있다. 적어도 5년 이상을 매일 동네를 살피다가 지나는 길손을 이끌어 집의 그늘을 내주셨던 분인데, 어쩌면 내가 다녀간 뒤에도 1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아가셨을지도 모르겠다. 수년 내 다시 들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아직 건강히 동네를 지키고 계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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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본접골원, 이 곳을 조금 지나서 더 걷는 걸 포기하고 노숙을 결심했는데 그 장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진의 간판에서 전화번호를 찾았고 전화번호를 구글에 집어넣으니 주소가 나왔고 주소를 구글지도에 넣으니 로드뷰가 나왔다. 기억을 따라 로드뷰를 걸어갔더니 그 장소가 나왔고 위성좌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닥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34.09761558082251, 134.32564777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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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 불안했다. 하루종일 사탕과 자판기의 음료만 먹고 걸었는데 오늘밤과 내일 아침은 뭔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서 떨이식품을 몇개 사서 노숙할 곳을 정했다. 지금 로드뷰를 보니 2014년부터 쭉 계속 공실로 남아있다. 깔끔한 폐허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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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가 지난지 얼마 되지 않는 여름날이라도 좀 있으면 해가 질 것이고 해가 지고 난 후에 여기보다 더 괜찮은 장소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농자재 창고로 보이는 곳 마당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왠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창고 같았고 그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사람이 다니지 않았고 주차된 차량이 없다는 이유로 편한대로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밤에 모기와 싸우며 눈을 떠보니 창고 한 켠에 불이 켜져있었다. 누군가가 주거하는 방이 있었고 그가 나를 모른채 해준 것 같았다. 다음날 물 대신 갖고 다니려고 산 녹차를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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