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11.시코쿠 순례길 끝(Shikoku oHenro)

지난달

12번 절 쇼산지焼山寺에서 13번 절 다이니치지大日寺를 가는 중간에 만난 일행. 그가 축지법을 쓰는 듯한 느낌으로 쉴새 없이 계속 걷는 탓에 빨리 도착하긴 했다. 혼자 걸었으면 더 오래 걸렸을텐데. 나의 요청으로 우리는 중간에 몇 번 쉬었다. 내가 없었으면 그는 쉬지 않고 더 멀리 갔을지도 모른다.

걷다가 소나기를 몇 번 만났다. 온몸이 흠뻑 젖어 꿉꿉하고 찝찝하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걸을만 했다. 햇볕이 나와 적당히 옷을 말려주기도 했다. 이 때의 영향으로 요즘에도 나는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아버지의 머리숱은 아직 이상이 없으니, 내게 탈모가 온다면 비를 많이 맞은 탓일거다.

대일사大日寺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종무소가 문을 닫은 시간이라서 납경을 할 수는 없었고 동네사람에게 물어 그 앞의 민박집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장마철 소나기 내리는 한여름 오후 6시에 숙소에 가서 할 일이 마땅히 많지 않았다. 밀린 빨래를 하고, 에어컨과 선풍기로 말리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술상을 받았을 때의 벽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다.

일본인인 일행이 이 동네를 조금이라도 더 알겠지. 맥주 한 잔 하자는 그의 말에 알았다고 답했는데 그는 '점빵'을 찾아서 술과 안주를 살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민박집 주인에게 술상을 봐 올 수 있냐고 물었고 주인 할머니는 오뎅을 썰어서 간단한 과자들 몇 개와 함께 맥주병을 내어왔다.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좀 비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가 물었다. 일본의 순례길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걸어올 생각을 했느냐고. 딱히 할말은 없었다. 우연히 순례길을 소개하는 책을 봤는데 재미있어 보여서 왔는데 생각대로 만족한다고.

그는 80년대에 한국에 몇 번 들른적이 있다고 했다. 본인이 다니던 회사에서 특허권 담당으로 서울에 왔는데 낮엔 일하느라 바빴고 밤에는 숙소에서 술 마시고 잠 잔 것 외에 따로 돌아다닌 일은 없다고 했다. 그 이상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둘다 떠듬떠듬거리며 대화를 영어로 했기에, 내가 일본어를 잘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도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기도 했다. 대화가 유창했다면 이야깃거리가 더 빨리 바닥나지 않았을까. 그가 민박집에서 잤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술을 마신 후에, 또는 다음날 아침에 그는 일이 있다면서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났다.

연락처를 주고받은 것 같으나 나는 몇 개월 후에 이사했고, 그가 준 연락처는 2년간 지갑에서만 맴돌다가 어딘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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