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6 단상] 한국 드라마로 배우다 - '나의 아저씨'

2개월 전

연어입니다.


고3 같은반 친구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정신분열증 때문에 치료를 받은 적 있어"

그땐 '정신분열증'이란 단어도 생소했고, 은근 능글능글한 성격의 녀석이라 그냥 '집중력 산만' 정도인가 싶었다.

이후 영화나 소설 소재로서 '(좀 심한) 정신분열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친구가 이걸로 혹시 고통과 난처한 상황들을 많이 겪었는지 궁금하긴 했다.


몇 년전, 외국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 드라마 '킬미힐미'를 추천해 준 적이 있었다. 하도 보라고 성화인지라 주말에 날을 잡아 보게 되었는데, 그 드라마를 통해 정신분열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워낙 인상깊은 작품이어서 '킬미힐미'의 홈페이지에 접속까지 하게 되었고, 거기서 한 외국인 정신상담가이자 교육자의 코멘트를 읽게 되었다.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러하다.

  • 우연히 한국 드라마 '킬미힐미'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가의 '정신분열증'에 대한 높은 이해도에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이것은 제게도 새로운 이해의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자들의 교육 자료로 쓰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실제로 수업의 주제로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과 증상에 대한 심미적 관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 시청자의 얘기처럼, 드라마 킬미힐미는 여타 매스미디어가 다루는 정신분열과는 접근법이 달랐고, 인간에 대한 따스한 이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정신분열을 따스한 시각으로, 사람에 대한 시각으로, 거리를 좁히는데 도움이 될만큼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었으니 정말 멋진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전에 같은 (외국) 친구들이 추천해준 한국 드라마로 '나의 아저씨'가 있었다. 이선균의 연기는 좋아하지만 아이유에 대해선 딱히 접해본 적이 없어 그냥 넘겼다.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 사진을 보니 왠지 동화 '키다리 아저씨'류의 시나리오로 보여 딱히 마음 내키지 않았던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요즘 한국 드라마는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어 친구들의 추천이 오히려 무서웠다. 드라마를 고르고 보기 시작할 때 '재미있으면 어쩌다'하는 고민보다 '너무 재미있으면 몇 날 몇 일 잠도 못자며 보게 되는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나고 말았다. 수시로 질러대는 인공지능틱한 넷플릭스 추천에 마지못해(?) 클릭을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젠장.

멋진 작품이라 칭송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의 아저씨'를 보다가 문득 '킬미힐미'가 생각났고, 고3 친구가 생각났다. 그리고 '나의 아저씨'는 그 자체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전편을 다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하나 있다. 그 대사는 그저 스처가는 대사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 어른 하나 잘 못 만나서, 둘 다 고생이다.

어른 역할을 한다는 것, 좋은 어른을 만나야 한다는 것. 정말 쉽지 않고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은 설령 좋지 않은 환경에 처하더라도 누군가를 통해 좋은 어른 역할을 그걸 보고 듣고 느끼며 자라야 한다. 어른이 어른답게 보여야 하고, 기대야 할 나이엔 그들에게 기댈 줄 알아야 한다.

불우한 환경에 '좋은 어른'까지 없어 너무 일찍 성숙해 버린 아이. 그러나 아이로서 기대고, 응석부리고, 보호받아야 할 시기를 잃어버렸기에 채울 수 없었던 내면. 그걸 채워가는 이야기는 정말 가슴 뭉클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버디무비류를 좋아하나 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정말 좋은 작품을 이제서야 보게 된 것이 좀 후회스럽지만, 작품을 추천해 준 친구들, 그리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준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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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는 정말 수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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