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초록물고기

2개월 전

 영화에서 등장인물을 보며 그 등장인물이 사람이 아니라, 영화 속 캐릭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면 영화와의 소통은 끝난다. 초록물고기는 나에게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나는 인물들의 정신의 흐름에 대해 하나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애는 철저히 도구로만 활용되는 인물이다. 공포와 폭력을 통해 잡혀 있다고 하기에는 대체로 너무 멀쩡한 정신, 가끔 각본상의 필요에 의해서만 겁에 질려있다. 김양길이 등장하고 배태곤이 금세 밀려나는 모습도 이해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셰퍼드 이야기도 우습기만 하다. 모든 인물이 그렇다. 그들에게서 생동감을 느끼기 어렵다.
 평범하게 모범적인 삶을 살던 사람도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되면 나름의 행동양식이 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투쟁, 도피, 경직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자수를 하거나, 시체를 처리하고 도망가거나, 넋이 나간 상태로 굳어버리거나 하는 경우다. 우발적인 살인에 대한 대처도 그런데, 평소에 폭력에도 익숙한 막동이가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하는 게 오열하며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라는 것도, 단순히 비극성을 강조할 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과 식당하는 꿈을 꾸다가, 자신이 죽은 이후에 가족들이 그 꿈을 이룬다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구조를 위해 막동이는 죽었다.

 영화 내용은 내내 이렇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 영화에는 인물은 없고 내용만 있다. 그 와중에 감정을 끌어낼 장치들이 있다. 무수한 호평, 특히 사실적이라는 찬사를 보면 내가 틀렸을 수 있겠지만, 이미 이렇게 느껴버린 걸 어쩌겠는가. 나에게 이 영화의 인물들은 외계인보다 비현실적 존재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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