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지옥의 묵시록

2개월 전

 미국에는 베트남 전쟁이 주요 소재로 쓰인 영화가 많다. 전쟁 자체가 배경이 아니더라도 베트남 전쟁이 미국인들에게 남긴 상처를 다루기도 하고, 지난 주에 리뷰를 남긴 '택시 드라이버'처럼 참전 용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도 많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들은 망가지지 않은 상태로 나오는 경우가 더 적다.
 '지옥의 묵시록'의 주연인 윌러드 대위는 마틴 쉰이 연기했다. 아들 찰리 쉰은 마찬가지로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플래툰'의 주연이다. 10년이 지나서 다시 다룰만큼 베트남 전쟁은 중요한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 전쟁을 다루는 것보다 진지한 태도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다. 그들은 분단은 물론이고, 본토가 공격 받은 적도 없는 전쟁인데 말이다.

 윌러드 대위는 영화가 시작될 때 이미 미쳐있다. 무수한 작전, 그것도 비밀스럽고 단독으로 행하는 작전을 수행하며 미쳐버린 윌러드 대위에게 또 다른 비밀스러운 임무가 맡겨진다. 미쳐버린 커츠 대령의 사살이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만나는 군인들도 모두 미쳐있다. 서핑하기 좋다는 이유로 마을을 공격하고,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겠다며 음악을 크게 틀고 마을을 초토화 시키며, 시신에 트럼프 카드를 놓아두는 킬고어 중령. 그가 호탕한 성품에 부하들의 이름과 특징을 기억할 정도의 인물로 묘사되는 건 그가 단순히 목숨을 경시하는 미치광이 전쟁광이 아니라, 미치지 않기 위해 그런 방법을 택한 군인일 뿐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목숨도 크게 아끼지 않는 듯 보인다. 목숨을 가볍게 보아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리라.
 다음에는 누구의 명령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총을 쏘는 병사들을 만난다. 전쟁은 그렇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상황에서, 무작정 쏘는 편이 안전하다. 무엇이 자신을 해칠 지 모르니 눈에 보이는 걸 다 쏘아버리는 것이다.

 그 참상을 지나며 일행을 잃어가고, 남은 이들은 미쳐간다. 그런 그들의 눈 앞에 커츠 대령의 땅이 나타난다. 원주민들을 거느리고 자신의 영토를 거느리고 있는 커츠는, 윌러드가 자신을 죽이러 온 걸 알면서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어둠을 보고 미쳐버린 커츠는 그 어둠을 자신 안에 품었기에 무력이 아닌 존재의 분위기로 원주민들을 이끄는 것 같다. 윌러드 전에 임무를 맡은 이가 감화되어 임무를 포기하게 된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윌러드는 끝까지 해냈다. 해냈지만 이제 배에는 단 둘 뿐이다. 무전에 응답하지 않고 가만히 배 위에 올라있는 윌러드의 분위기가 마치 커츠와 같다.

 전쟁에서 미치지 않은 사람은, 직접 전투를 경험하지 않고 임무를 맡기는 이들 뿐이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니 미쳤고, 참여하지 않으니 군인들을 미치게 하는 임무를 맡긴다. 그 지옥 속에서 미쳐가는 것은 장군으로의 진급을 앞둔 대령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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