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터미네이터

2개월 전

 너무 유명해서 내용을 모를 수 없는 영화. 아주 자세히 알 수 밖에 없는 영화.
 평소 내용을 안다고 재미가 그렇게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건 극적인 반전이 포함된 영화에서 반전을 아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내용을 이미 알더라도 어떻게 흘러갈까 생각하며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큰 줄기만 알고 있을 테고,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며 알게 되니까.
 하지만 터미네이터는 그런 종류의 영화도 아니다. 등장인물도 적고,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지우고 나면 남는 건 액션 시퀀스가 대부분인데, 그마저도 너무 익숙하다. 선글라스를 쓰고 가죽 자켓을 입고 총을 난사하고, 유조트럭이 폭발해서 외피가 모두 불타고 골격만 남은 상태로 비틀비틀 일어선다. 그 모든 장면이 익숙하다.

 그럼에도 흥미롭게 보았다. 역시 과정은 내 생각과 달랐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카일. 그건 어떤 의미일까? 기나긴 전쟁 속에 살아가며 평범한 취미도 특별한 여인도 가진 적 없는 카일에게 유일하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준 건 사진 속의 사라 뿐이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그들의 인연이 특별하다는 생각보다 비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사랑한다는 마음을 품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더라도 과거로 가서 목숨을 건 싸움을 하며 필사적으로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것. 어쩌면 그것이면 충분할 지도 모른다.
 사라 코너가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가는 내용도 나온다. 때로는 그러기도 하지만, 보통은 단순히 대단한 사람의 어머니라고 '전설적인' 인물이 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이에 아이를 가지게 되고, 그 아이의 아버지는 죽었다. 그 짧은 사건 중에서도 사라는 성장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태도만으로 정신적 무장 상태를 보여준다. 폭풍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차를 몰고 가며.

 터미네이터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생 때 읽은 과학잡지, 아마도 과학동아에서 타임 패러독스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통해서였다. 나는 타임 패러독스에 대해서 생각하는 걸 싫어한다. 시간여행이 주요 소재로 나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미래가 바뀌니, 과거가 바뀌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사라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며 그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 20년을 미룬 시청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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