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경마장 가는 길

2개월 전

 이 영화는 현대인들의 병적인 감정의 흐름을 담고 있다. 남자 R와 여자 J의 관계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가장 노골적인 연출은 성적인 장면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의 흐름이다.

 남자는 여자를 얻고 싶다. 과거에는 그 방법은 투쟁이었다. 강함, 지위, 재산 등 수컷으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는 과정은 투쟁이다.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다른 수컷을 짓밟고, 높은 지위는 발 아래에 다른 수컷을 둔다는 의미이며, 재화를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 다른 수컷은 상대적으로 덜 가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는 상대가 없다. 사회는 한 사람의 시야 안에 담기에는 거대하고, 거대한 사회 속 무수한 경쟁자 사이에 투쟁해야 할 상대는 모호하다. 투쟁의 방식도 모호하다. J와 결혼을 원하는 남자, R의 입장에서 그 남자는 짓밟아야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R는 그 남자를 모른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존재와 겨룰 수 없다. 그 갈 곳 잃은 투쟁심은 J에게 옮겨 간다. 주도권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만이 관계의 목표가 된다. 그걸 위해 J를 직접 공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가 가장 만족한 순간은 J에게 모호한 부채 의식을 심은 후에, 현금을 줄 수 없다면 몸을 가지겠다며 모호한 관계에서 확실한 주종관계를 형성한 후다.

 여자는 남자를 길들이고 싶다. 원하는 부분만 취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한다. 그걸 위해 J도 나름의 방식으로 주도권을 얻으려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주도권을 일시적으로 얻을 수는 있어도 주도권 싸움 도움의 R은 즐거운 경험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R은 J을 소유하고 싶다. 파리에서는 동거, 논문 대필을 통해 육체와 정신 양면에 대한 소유권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문단에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 R은 육체에 대한 갈망에만 더더욱 매달릴 뿐이다. R이 조금이라도 만족한 순간은 아까도 이야기 한 것처럼, J가 창녀가 되기를 자처한 순간이다. 육체에 대한 소유를 확인하고 약간의 안정을 되찾은 R은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니 J는 R에게 끌려 다니고 싶지 않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주도권을 찾으려는 노력은 R을 미치게 할 뿐이고, R에게서 유익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복종하는 방법 뿐이다.

 서로 고통스럽다는 말을 멈추지 않고 하면서도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3년 반이라는 시간은 그들에게 인지부조화를 낳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 시간은 매몰비용이고, 신고식이다. 그 혹독한 신고식을 견뎌낸 것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서로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 벗어날 수도, 행복하게 할 수도 없는 애증의 관계. 그건 현대인들에게 매번 반복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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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입니다.
건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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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한동안 좀 별로다가 요즘은 좋습니다. 율님도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