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21-50]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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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과 1949년에 재판 없이 수감된 제주 수형인 명부와 보도연맹 학살 사이에 사건들을 복기 했어. 자료가 쌓여 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짓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박이는.......... (p316)

제주도 4.3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이런 역사적 불행에 대해 민감하다. 광주 학살을 다룬 <소년이 온다>도 그랬고.

이 사건을 작품으로 형상화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불면의 밤들을 보냈을까.
더구나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고발 소설도 아닌, 예술 작품으로 갖추어 내기까지 부단히 자기를 쪼아 대는 시간들이었으리라.

발목까지 차오르는 검을 물들. 이불처럼 죽음의 유혹처럼 쏟아지는 눈송이들. 바람, 추위, 고독 그리고 나무.
이름 없는 죽음을 기리고자 나무를 세우려는 주인공과 친구 인선의 안쓰러운 노력.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살해 당해야 했던 민초들, 평범한 일상을 누리다가 듣보잡인 코로나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국민들.
문득 국가와 세계는 개인에게 너무도 치명적이서 이리도 뻔뻔하게 목숨을 요구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책이지만 두어 페이지 읽다 쉬고 했다. 문장 한 줄, 어휘 하나 허투로 다루지 않는 작가다.

한강 / 문학동네 / 2021 / 14,000 /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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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잠님은 참 수준 높은 책들도 많이 읽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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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이라서 수준이 높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하더라구요.

도잠님 맨날 그런 어려운 책 있으면 제가 쑥쓰럽습니다 ㅋㅋ

어두운 역사!! 4.3사건을 다룬 소설이었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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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형이 책을 읽어 보겠다고 하다니 특별한 책이로군요. ㅎㅎ

책을 가까이 하는 분이셨군요… 역시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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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말씸을 다.... 애플님도 책은 읽으실텐데요. ㅎㅎ

책을 읽고 계시는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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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말씸을 다 허십니다. ㅎㅎㅋㅋ
아이들 다 크면 하실 수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