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2개월 전

어느덧
십일월이 겨울 옷을 꺼내준다

먼 길을 돌아 문앞에 서 있는
겨울의 투박한 발부리에 묻어 있는 봄날의 흔적과
여름날의 물살을 기억하는
거친 숨결을 보아서라도
가을의 바람을 털어내야 한다

십일월은
벼랑길처럼 날카로운 바람속에서 잠을 청하는
어린 꽃눈 곁에서
떨어지는 별들이 남기고 간 빛을 모아
눈송이 보다 많은 꽃을 피우기까지
고찰의 처마 끝에 달린 목어(木魚)처럼 눈을 뜨고
봄을 기다리는 달이다

십일월/ 박영근

나 또한 십일월의 저 바람 속으로
무거운 몸을 부리고 싶다

바람은
나무들이 끊임없이 떨구는 옛 기억들을 받아
저렇게 또다른 길을 만들고
홀로 깊어질 만큼 깊어져
다른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우리들
그 헛된 아우성을
쓸어주는구나

혼자 걷는 길이 우리의 육신을 마르게 하는 동안
떨어질 한 잎살의 슬픔도 없이
바람 속으로 몸통과 가지를 치켜든 나무들

마음 속에 일렁이는 잔등(殘燈)이여
누구를 불러야 하리
부디
깊어져라
삶이 더 헐벗은 날들을 받아들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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