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오후였다.
갑자기 매캐하고 역한 냄새가 문틈으로 들어온다.
주방부터 보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 보아도
도무지 원인을 찾을 길 없다.
우리집 가까운 곳에서 연기가 치민다.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사이렌 소리가 달려오고 소방차 두 대나 따라온다.
이웃집 공터에 봄이 왔다고 밭에 나와보고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해서 한데 불을 놓았는데
누가 신고를 했다고 오히려 불평이다.
놀라서 나온 사람들이 모두 혀를 찼다.
동해안 산불도 아직 꺼지지 않아 불 얘기만 나오면
저절로 놀라는 때에 동네 복판에서 불질이냐고
한 마디씩 하고 돌아선다.
궁시렁 거리던 밭주인의 불평과
고약한 냄새가 유령처럼 집안을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