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예정된 전쟁 ; 평화를 원하면 항복하라?!

3개월 전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심각하다는 생각은 요즘에는 상식이 되었다 5년 전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이야기하면 비현실적인 전쟁광 소리를 들었지만 최근들어 돌아가는 상황은 우발적으로 어디서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인도, 홍콩, 대만, 남중국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중국과 주변국의 갈등도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위의 책은 이런 상황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표면화 되기 전인 2017년에 예상하고 있다.



책의 요지는 이렇다. 강대국의 부상은 패권국과 도전국 사이에 이해관계와 두려움, 위신을 건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높은 확률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도전세력인 신흥세력은 자신의 새로운 지위에 걸맞는 존중과 권리를 요구한다. 기존의 지배세력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현상유지와 더 강한 발언권을 추구한다. 이런 상황을 책에서는 오만함과 피해망상의 대결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필연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근 500년간 신흥 강대국과 패권국간의 갈등이 일어난 16건을 예로 들고 있다. 이 중, 12건이 전쟁이 일어났고 4건은 전쟁을 피했다고 한다. 확률로 따지자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걸린 나라들은 75%는 전쟁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16건의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모골이 송연해 진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했다던 4건은 사실상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나라들로 보기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네건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지혜를 찾아보려 하지만... 글쎄... 이 네건은 지금 상황과 맞는게 전혀 없어보인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이후 독일과 프랑스가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위의 갈등을 피한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냉전 시절부터 미국의 그늘아래서 정치-경제적으로 통합되어있던 나라들이다.  이런 나라를 서로에게 위협을 느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드는 강대국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미국과 소련이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전쟁을 회피한 사례로 들고 있다. 이들 두 나라는 핵무기라는 전대미문의 공포아래 열전은 피했지만 수십년간 냉전은 벌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최종적으로 갈등이 해소된 것은 소련이 미국과 서방의 압력을 못이기고 붕괴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예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평화롭게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총성없는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예일 뿐이다.

다른 예는 이차세계대전 이후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서방의 패권이 평화롭게 넘어간 것이다. 영국과 미국이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대단히 유사한 나라라는 점, 주축국을 상대로 같이 싸운 동맹국가였다는 점, 소련이라는 거대한 위협에 맞서야 하는 처지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 또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지혜롭고 평화롭게 피한 예로 볼 수 없다. 삼촌과 조카의 권력교체 정도로 보는게 타당하다.

그렇다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비교적 평화롭게 벗어난 예는 단 하나만 남는다. 15세기 말 국제 무역과 식민지를 두고 벌인 에스파니아와 포르투갈의 갈등이다. 이들의 갈등은 교황의 중재아래 토르데시야스 협정을 맺으면서 마무리 된다. 이 협정의 결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브라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스페인의 우위가 확립된다. 이는 교황같이 더 높은 권위를 가진 존재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이런 높은 권위를 가진 존재는 없다.



결론적으로 진정으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걸린 예는 16건이 아니라 13건으로 봐야 한다. 이 중 500년 전의 한 예만 빼놓고는 모두 전쟁으로 결말이 지어졌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오히려 상황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한 것이다.


특히 문화적으로, 인종적으로, 가치관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갈등은 평화롭게 해결된 예는 없다. 그리고 중국은 모든 면에서 미국과 다르다. 인종적으로 다른 것은 자명한 것이고 문화적으로는 훨씬 위계를 중시하고 개인보다 조직을 우위에 두는 권위주의 국가이다. 국가의 운영방식도 국가주의에 기반을 둔 과두적 독재체제이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파시즘이나 공산주의 소련보다 더 이질적이고 불쾌한 존재일 것이다.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몰고가는 것은 이런 중국이 역사상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효율적이고 역동적으로 힘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지 못하면 단순히 기존 질서가 재조정되고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의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훼손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경고는 결코 중국의 의지와 능력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일관되고, 참을성 있고, 현실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책 내용중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중국은 이웃국가들과 외교적, 경제적 연결고리를 더 강화하여 이들 나라가 중국에 더 깊숙히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지렛대를 사용하여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협조를 촉구(또는 강제)할 것이다. 심지어 자국을 상대로 다른 국가들이 연합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이제이'전략을 쓰려고 할지 모른다. 예컨데 일본과 한국 또는 미국과 러시아를 이간질하는 것이다." 239p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심한 갈등과 느닷없는 반일감정에 뒤에는 중국의 세계전략이 있다고 봐야 한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구글에서 우마오당을 검색해 보기 바란다..



앞부분은 그럭저럭 논리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듣게 되면 고개가 갸우뚱하게 된다. 저자는 상당히 돌려서 말하고 있지만 의미는 명확하다.

  1. 영국이 미국의 초강대국화를 받아드리고 적응했던 것처럼 미국도 중국의 부상을 현실로 받아드리고 그 상황에서 미국의 국익을 조화시켜라.
  2. 신장위구르, 티벳,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힘을 빼 놓아라.
  3. 장기 평화를 위한 협상을 하라. 즉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하라.
  4.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서로 공유하는 핵심이익을 위해 협력하라

저자의 해결책에는 무력사용을 불사할 각오로 미국의 핵심이익을 지키라는 것은 없다. 중국의 초강대국화를 인정하고 협조를 하거나 협상을 하라는 것이다. 기껏 해야 외교적 분열책을 쓰라는 정도이다. 모두 중국에 씨도 안먹힐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전쟁을 피하려면 미국이 물러서라는 것이다.

이건 해결책이 아니라 패배를 자인하라는 말을 부드럽게 한 것에 불과하다. 이전부터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자의 생각은 뒤로 갈수록 더 명확해진다. 교묘하게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것은 미국의 핵심이익이 아니며, 자국내의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하며 시진핑의 가치중심적 민족주의는 민주주의의 폐해를 치료하는 치료제(?)일지도 모른다고 속삭인다. 중국이 재산권 없이 사회의 진보를 지속하는 모델을 만들지도 모른다고 설레발을 치기도 한다.


레이건의 명연설이 생각나는 날이다. 미국은 레이건이 염려했던것처럼 미국은 정신적, 도덕적, 경제적으로 무너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이전에 내가 쓴 글에 이번에 중국의 부상을 좌절시키지 못하면 미국의 패권은 사실상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생각이 이렇다면 미국에 남은 시간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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