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 ; 조지 프리드먼이 보는 유럽

2개월 전




위 책의 원제는 'Flash points' 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인화점'이고 어떤 물질에서 불씨로 불이 붙을 수 있는 증기농도를 발생시키는 최저온도를 말한다. 어떤 계기만 있으면 폭발할 수  있는 유럽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길고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보다는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지 프리드먼은 지정학적인 분석을 통해 국제정세를 예측하는 전문가이다. 이 책은 프리드먼이 미래 유럽의 정세를 예상한 것이다.

프리드먼이 보기에 지금 통합되어 있는것처럼 보이는 유럽은 일시적인 것이다. 유럽은 깊게 쌓여있는 원한과 갈등이 잠복되어 있는 곳이고 문화적으로 민족적으로 분열된 곳이다.

유럽의 통합은 유럽의 힘으로 이룬것도 아니다. 소련의 위협에 맞서 서유럽을 부흥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유럽의 경제적 통합을 이끌어냈고, 소련의 몰락과 함께 유럽식 경제부흥과 번영이라는 약속에 이끌린 동유럽국가가 가세하며 제한적이고, 복잡하고, 기술적인 정치적 통합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통합은 2007년 경제위기처럼 공동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허상이 사라지면서 약화되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유럽의 핵심 플레이어인 프랑스와 독일 영국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정학적 단층선에서 갈등이 표면화되면 산산조각 날 것이라는게 프리드먼의 주장이다.



프랑스는 드골 대통령이 자국 주도로 유럽을 소련과 미국에 준하는 열강으로 통합하려고 시도한 이후에 EU에서 독일과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독일과의 이해관계는 점점 더 틀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장기적으로 지중해에 인접한 이전 프랑스 식민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우려 할 것이다. 실제로 지금 프랑스는 시리아와 레바논에 깊이 개입하고, 알제리등 북아프리카국가들과 유착하고 있으며, 그리스를 도와 터키가 지중해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저지하고 있다.

독일은 통합된 EU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다. 막대한 수출시장을 확보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주변 유럽국가에 수출할 수 있다. 이런 경제체제에서 남유럽과 독일의 이해관계는 같을 수 없다. 이런 갈등은 최종적으로 독일이 러시아와 유착하던지, 아니면 영향력을 통해 EU를 강화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던지 결정을 강요할 것이다. 최근 독일과 러시아는 노르트 스트림문제나 나발니 독살사건에서 보듯이 유착하면서도 갈등하는 애증관계를 들어내고 있다.

영국은 유럽의 경제적 통합당시부터 마지못해 유럽의 통합에 승차했다. 영국은 유럽의 힘의 균형을 조율하면서 번영해왔고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영국은 앞으로 미국과 깊게 유착하면서도  스칸디나비아반도국가를 포함하여 북유럽 저지대국가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할 것이다.



이 외에도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캅카스 지역에서 부딧치고 있다. 러시아는 분열되고 약화된 유럽의 변방에 힘을 투사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에서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지정학적 사활이 걸린곳으로 지목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현재 대선불복시위로 친러정권이 위협받고 있는 곳이다. 사건의 진행양상을 보면 내전중인 우크라이나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아마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에 유럽이 깊게 개입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벨라루스의 친러정권이 붕괴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때 처럼 친러세력을 결집해 내전을 일으킬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통찰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성장하고 있는 터키도 잠재적인 위협이다. 유럽이 정체되고 분열되면서 영향력이 더 커질것이다. 실제로 터키는 아르메니아변방과 시리아, 리비아등 북아프리카에서 서구국가들과 러시아와 치열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단편적으로 외신을 접하다 보면 이런 터키의 행동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제넘는 객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터키의 행동은 지정학적으로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터키의 최근 행동의 의미는 분명하다. "터키 국경 부근에서 쿠르드족 국가가 형성되거나 단체가 활동하는 것을 막는다. 아르메니아를 이용하여 터키 국경에서 러시아가 영향력을 늘리는것을 저지한다. 리비아에서 친서방정부가 정권을 잡아 지중해에서 유럽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는다. 전통적인 적대국가인 그리스를 견제한다." 국가의 영향력과 생존을 위해 하는 게임으로 보면 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우리는 지정학적 위치가 재앙에 가까워 터키보다 국력이 월등하면서도 이런 게임을 못할 뿐이다.



프리드먼이 유럽의 약화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하는 또 다른 하나는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힘을 사용하려는 의지의 부족이다. 유럽국가들은 발칸반도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 의존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자신들이 지원한 친서방정권이 붕괴되는데도 입으로만 싸웠다. 유럽의 방위는 상당부분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나토 분담금조차 제대로 집행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이 2015년이다. 이 당시 영국은 EU를 탈퇴하지 않았고, 독일은 러시아에 이정도로 밀착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지중해 부근에서 공공연하게 군사활동을 하지 않았다. 프리드먼이 예측한대로 돌아가는듯이 보인다.

최종적으로 유럽의 정치적 통합이 사라진다면 유럽의 영향력은 더욱 약해질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유럽이 부유하지만 허약하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이 책에서 반복적을 인용하듯이 '부유하면서 약한것 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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