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독서쟁이 75 - 언어의 온도(이기주 저) 26_한 해의 마지막 날

2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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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 'calendar'의 어원은 라틴어 칼렌다리움(calendarium)이다. '회계장부' '빚 독촉' 정도의 의미가 있다.
고대 로마에선 채무자가 매월 초하루에 이자를 갚았다고 한다.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사람은 회계장부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새로운 달을 맞이할 때마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슬쩍 달력을 올려다봤다. 나는 이 원고를 2015년 마지막 날에 쓰고 있다. 오늘 자정, 서울 종로의 보신각 종소리는 어김없이 텔레비전 중계 화면을 타고 전국에 울려 퍼질 것이다.
방송국 아나운서는 "2015년이 저물어 갑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허무하기도 하네요"라는 상투적인 멘트로 방송을 시작할 테고, 라이도에선 "해가 저무는 끝자락에선 지난 일 년을 돌아보는 게 어떨까요..."라는 클로징 멘트로 끝을 맨들 것이 분명하다.
그래, 철저한 자기반성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숙연한 자세로 과거를 되씹어 봄 직하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 비하나 부정은 희망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는 법.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비관주의로 물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정도면 애썼다고, 잘 버텼다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그러면서 슬쩍 한 해를 음미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내다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
참,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어느 선배가 술자리에서 남긴 말이 떠오른다. 일종의 말장난 같기도 했지만, 느가 얼큰하게 취해 뇌까린 문장이 며칠이나 귓가에 감돌았다.
"기주야,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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