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 제롬 케이건

2개월 전

"(유아기에 안정 애착 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스트레스가 더 많은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이 불안정 애착 관계로 분류되었다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메릴랜드 대학교의 한 연구진도 안정 애착 관계에 있었던 유아와 불안정 애착 관계에 있었던 유아가 청소년기에 불안의 수준에서 전혀 차이가 나지 않음을 발견함으로써 이런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이것을 설명해줄 한 가지 이유는 불안정 애착 관계로 분류된 유아 중 일부는 예상치 못한 사건에 따르는 격렬한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재주는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중략) 생후 첫 2년 동안의 경험에 형성력(formative power)을 부여하기로 한 볼비의 결정은 그보다 2세기 앞서 목사들이 신도들에게 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장차 아이가 갖게 될 성격의 토대가 된다고 말하면서 시작된 전통을 이어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에릭 에릭슨은 이 개념을 더욱 강화했다. 서구 문화의 산물인 세 사람은 모두 확실한 증거도 없이 생후 첫 시기의 경험이 아이의 장래에 심오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고 가정했다."

제롬 케이건은 생애 초기 기질이 성인기까지 지속된다는 일련의 종단연구로 유명해진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맥락이나 환경에 따른 가변성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 새롭다. 볼비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의아한 대목이지만, 생애 초기 애착에 너무 많은 무게를 둠으로써 현상의 단면만을 보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일례로 같은 강도의 처벌이라도 그러한 처벌이 문화적으로 수용되느냐 수용되지 않느냐에 따라 아이에게 외상이 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제기하듯이 태어나기를 좀 둔감하게 태어난 것이 오히려 박탈이나 위협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초기 애착이 불안정했다 하더라도 그 영향은 문화권에 따라 그리고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인과적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과학이 얼마나 현상과 일치하지 않는 전제를 끌어들이고 현상을 단순화하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논점 가운데 하나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간에 관해 과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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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셨군요 ㅎㅎ
이 책은 두껍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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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두꺼워서 오래 걸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