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메신저 - by 마커스 주삭

지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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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진짜로 전해주고 싶었던 메시지


어느날 내게 배달된 카드 한 장


이 책의 주인공 에드는 19살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택시 운전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는 이렇다하게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그의 삶은 지루하고, 친한 친구 3명은 별볼일 없고, 엄마는 그를 무시한다. 그의 유일한 낙은 그 친구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는 것이고, 그의 유일한 바람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오드리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는 것이다.

그러던 그는 어느날 은행 강도를, 순전히 운이 좋아서, 게다가 그 은행 강도가 무척이나 멍청해서, 또한 은행 강도가 타고 도망치려고 했던 차가 완전 똥차라서, 잡을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난지 얼마 후, 그에게 카드 한 장이 배달된다. 한도가 없는 블랙 카드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가 받은 건 다이아몬드 에이스 카드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세 곳의 주소와 시간이 적혀 있다.

이건 무슨 뜻일까? 누가 보낸 걸까? 이 주소는 뭐지? 여기로 가라는 건가? 왜? 내가 왜?

호기심에 그 주소로 향한 그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본다. 세상이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 위로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뭔가 메시지가 필요한 사람들. 그런데 카드에는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라는 말은 없다.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는 오로지 에드가 정해야 한다.

에드는 그들을 보며 고민한다. 저 사람에게 필요한 건 뭘까? 돈?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 아이스크림? 따스한 위로?



출처: 교보문고
한글판 표지. 오랜만에 영어 원작보다 더 마음에 드는 표지를 만났다.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밝은 느낌이라 좋다.


삶이 메시지가 되는 인생


나는 영어 원서로 책을 읽었는데, 표지의 분위기 때문인지 처음에는 어둡고 음울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첫 시작은 의외로 꽤나 유쾌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데, 그걸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로 전하려고 애쓰는 느낌이 다.

카드에 적힌 주소지를 따라 생전 모르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던 에드. 에드는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면서 자신도 점점 변해가는 걸 느낀다. 과연 그가 이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을 때는 카드를 누가 보냈는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막상 끝에 가면 (물론 누가 보냈는지 나오긴 하지만) 그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정작 중요한 건 에드가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든, 의도하지 않았든 '메시지를 전한다는 그 자체'였다. 우리의 삶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가. 거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출처: Goodreads
영어 원서 표지. 표지가 한눈에 잘 안 들어오고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 마치 갱스터나 마약 딜러에게 비밀리에 뭔가를 전달하는 메신저 느낌이 난다. 정작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나도 처음에 책 표지를 보고 오해를 했으니. 쩝.


나를 깨우는 말들


1.

Don’t ask me why. Like many things, it is what it is.

왜냐고 묻지 마. 다른 일이 다 그렇듯, 그냥 그런 거야.


2.

Why can’t the world hear? I ask myself. Within a few moments I ask it many times. Because it doesn’t care, I finally answer, and I know I’m right. It’s like I’ve been chosen. But chosen for what? I ask.
The answer’s quite simple:
To care. (p. 41-42)

왜 이 세상은 듣질 못하는 거지?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그 짧은 시간에 여러번 자문해봤다. 그리고 마침내 답을 얻었다. 왜냐하면 세상은 이런 걸 신경쓰지 않으니까. 이 답이 맞다는 걸 나는 안다. 이건 마치 내가 선택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선택받은 걸까, 나는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신경쓰라고 선택받은 거다.

저렇게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는데, 왜 이 세상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걸까? 왜 아무도 저들의 울부짖음을 못 듣는 걸까? 주인공은 고민한다. 그리고 스스로 답과 결론을 내린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그런 걸 신경쓰지 않으니까. 아마 그래서 내가 선택받았나 보다. 이 세상에 신경쓰라고. 우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라고.


3.

She soon says, “You’re my best friend, Ed.”
“I know.”
You can kill a man with those words.
No gun.
No bullets.
Just words and a girl. (p. 120)

그녀는 곧 말한다. "에드, 넌 내 베프야."
"알아."
말로 남자를 죽일 수 있다.
총도 없이.
총알도 없이.
그저 소녀와 그녀의 말로.

"넌 참 좋은 친구야." "오빤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이런 류의 말이 짝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여기에서 보여준다. 에드는 오드리를 무척 사랑하고 있지만, 오드리는 그를 베프로만 여긴다. 아,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구나.


4.

Sometimes I don’t even think I know myself. (p. 140)

가끔은 나조차도 나를 모를 때가 있어.


5.

Sometimes people are beautiful.
Not in looks.
Not in what they say.
Just in what they are. (p. 224)

때때로 사람들은 아름답다.
외모가 아니라.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냥 그 모습 그대로.


6.

“So how are you, Angie?”
“Ah …” She looks at the kids and now back at me. “I’m surviving, Ed. Sometimes that’s enough.” (p. 276)

"앤지, 어떻게 지내요?"
"어..." 그녀는 아이들을 한번 보고는 다시 나를 바라봤다.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요. 가끔은 그걸로 충분하죠."


7.

“It’s the person, Ma, not the place. If you left here, you’d have been the same anywhere else.” It’s truth enough, but I can’t stop now. “If I ever leave this place”— I swallow—“I’ll make sure I’m better here first.” (p. 283)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거예요, 엄마. 여기를 떠난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도 엄마는 같은 사람일 거예요." 이 말만 해도 충분히 진실이었지만, 난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여기를 떠난다면," 난 침을 삼켰다. "내가 이곳에서 먼저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해요."

실패한 삶을 살지 않으려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자는 엄마의 말에 에드는 사는 곳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 상태로 다른 곳으로 간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인생이 펼쳐질 테니까.


8.

“I used to think I had that chronic fatigue syndrome….”

“Yeah, I thought I had it, but then I realized that in actual fact, I just happen to be one of the laziest bastards on earth.” It’s quite funny, really.
“Well, you’re not the only one.” (pp. 303-304)

"나는 내가 고질적인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어."
...
"그래, 내가 그걸 앓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깨달았어. 사실 나는 그냥 지구상에 살고 있는 아주 게으른 놈들 중 하나라는 걸." 그 말은 꽤 재미있었다. 진짜로.
"뭐, 너만 그런 건 아니야."

나도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고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9.

If a guy like you can stand up and do what you did, then maybe everyone can. Maybe everyone can live beyond what they’re capable of.

I’m not the messenger at all.
I’m the message. (p. 357)

만일 너 같은 사람도 맞서 일어서서 네가 한 일들을 해냈다면, 아마도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거야.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의 능력 너머에 있는 일들을 하며 살 수 있을 거야.
...
나는 메신저가 아니었다.
내 행동이 바로 메시지였다.


제목: 메신저
원서 제목: I am the messenger
출판사: 문학동네
옮긴이: 정영목
저자: 마커스 주삭 (Markus Zusak)
특징: CBC(Children's Book Council) 올해의 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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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재미있겠네요. 게다가 정영목 번역가의 번역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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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재미있어요.
요새 책 글 올리면서 번역가 이름까지 찾아보다보니, 정영목이란 이름이 종종 눈에 띄더라고요.
번역 많이 하셨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