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지난달

새해 인사를 나누다가 멕시코에서 만났던 너무 좋아하는 동생 S의 진심 가득한 영업(?) 덕에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 중이다. 나를 제외한 세 분은 오프라인으로도 아는 사이이고, 혼자 이방인. 워낙 생각이 깊고 따뜻하며 좋은 사람이라 그의 안목에도 신뢰가 가서 망설임이 없었다. 이 전 참여했던 두 번의 독서모임은 조금 아쉬워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참이기도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경험한 지적이면서도 깊고 솔직한 대화가 오고 가는 만족스러운 독서 모임 시간을 보냈다. 독서 모임에서 모임장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 동생만큼 다들 배려하고 경청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라서 이 모임을 바로 사랑하게 되었다.



오늘의 책은 악셀 하케의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이 책의 존재도 몰랐을 텐데, 운이 좋았다. 왜 이렇게 세상에 미움과 증오 분열이 가득하지? 답이 없던 머리 아픈 고민에 조금은 답이 되는 책이었다. 돈도 안되고 효율도 떨어지는 말랑말랑한 가치 '품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개인적인 태도를 희망적으로 제안한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읽었으면 좋겠다.

이 모임에서는 매번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밑줄을 친 부분이 정말 많지만 이번 나의 픽은 이것이다.

<“나는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말하고 대화하며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 그런 노력이 나선 것을 몰아내려는 우리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야. 그 노력이 절대 멈춰서는 안 돼. 무슨 뜻인지 알지? 여기에 더해 타인이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애써야 해. 이때 인간의 이성과 판단력을 사용해야 하고. 또한 타자들이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다양하며, 그 다양한 이유들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필요해.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하지. 꾸준한 대화를 통한 이해와 설득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관용의 자세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했는가, 164p

사람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비용과 비효율로 여겨지고, 아주 가까운 관계에서도 피곤하단 이유로 생략되는 지금에 가장 필요한 해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비관용에도 관용으로 대해야 하느냐란 고민에 답을 주는 명쾌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여겨졌다.


다양하고 생각지도 못한 별별 이야기를 2시간 30분동안 꽤 깊게 나누었다. 인원이 5명이 되니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자제 하면서 많이 듣자, 말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삼키며 경청하려고 노력했다. 누군가는 우리 모임이 나이대나 사고방식이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염려 된다고 말했지만, 오늘 대화를 나누면서 역시 사람의 생각은 각자 다양하구나 실감했다.

원래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지만, 나는 정말 대책없는 파워 이상주의자라는 선이 선명했다. 오늘 나온 주제가 관심, 이해, 대화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건 함부로 정의내리거나 선언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분명한 (어찌보면 순진한) 이상주의자에 사랑지상주의자이다. 내겐 크게 고민해 볼 필요 없이 명확한 삶의 자세인데,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긴 커녕 당연히 그건 어려운 문제였다. 나도 모르게 은연 중에 이 정도로 열린 사람들이라면 대화에 있어서만큼은 나와 유사한 태도를 지니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확실히 사람들은 삶을 바쁘고 여유가 없게 여기고 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지니는 게 책임감이 필요한 무겁고 힘겨운 일이기에 함부로 시도하기 꺼려지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은 거부하는 태도를 이렇게 강력한 채도로 지니고 있구나. 싶었다.

나는 이 책에 별점을 무려 5점이나 주었다. 내게 의식적인 행동의 근거는 내면 속의 정돈된 입장과 태도, 나의 프레임으로 쓰이는 가치관에 기인한다. 구체적이고 표면적인 행동이라 한들 그 작동기제인 원론적이고 관념적인 가치가 정해지지 않으면 나는 멈춰 선다. 나무와 숲으로 보자면 나무엔 큰 관심없이 언제나 숲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다. 큰 방향과 목표가 정해지면 조금 삐끗하거나 좌절할 만한 상황이 와도 회의론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믿음과 신념이 있다면, 나는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그 몹쓸 노인같은 습성이 있다. 신념과 의미부여로 먹고 사는. 그래서 구체적 지침이나 현실적인 조언보다 언제나 큰 방향성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의 큰 취지나 질문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지만, 너무 산만하고(왜 나는 느끼지 못했는가...그건 내 글이 산만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제안이나 해결책 행동 지침이 없이 너무 관념적이고 원론적인 결론이라는 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 말을 듣고보니 역시 공감이 가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깊은 고뇌를 한 후, 가장 적확한 단어를 표현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품위'라는 한 단어의 가치를 심어 사회적 합의를 도달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애썼는지가 영혼으로 느껴졌다. 역시 나의 단점은 현실성이 떨어진 낭만주의자라는 것. 가치나 철학은 그저 책에 사는 단어나 지적 유희가 아니다. 내겐 삶의 필수요소.

더불어 모든 것에서 여전히 나를 발견하는 거 보면 여전히 나를 너무 사랑한다.
오늘도 역시 너무 즐겁고 많이 배우는(?) 또 세상을 조금은 넓힌 시간이었다. 나 이외의 다른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성찰을 했다.

p.s. 줌으로 격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 혹시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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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독서모임 같은 걸 왜하는거지?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책을 많이 읽던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한 책에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오 이런 맛으로 독서모임을 가지는거란걸 깨달았더랬죠 ㅋㅋ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서로 받아드리는 관점도 다르고 생각하는게 다르다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책을 한번 더 이해하게 되는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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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진짜요? 그 친구 누구인지 참 능력자네요. 전 영화나 책 혼자 읽어도 좋지만 특히 어떤 책들은 얘기해보면 더 재밌는 경우가 많아서 혼자 리뷰도 많이 찾아보는데 좋은 사람들과 모임이 만들어지면 삶의 낙처럼 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