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밤과 모기

10개월 전

낮에는 어떻게든 생활을 하고서도 밤에 자리에 누우면 안 좋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목을 메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몇시간을 하다가,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며 이번에는 약을 먹을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내 마음은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주말에는 좋은 꿈과 나쁜 꿈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게 아니라, 현재 상태에 따라서 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했었다. 소망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소망을 갖고 있어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 소망은 나에게 행복 대신 절망만을 안겨줄 수 있다. 지금 내 안에서는 그것들이 싸우고 있다. 그 소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나는 아직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과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에서 오는 절망을 이겨내기 어렵다며, 이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편해지자고 하는 마음. 이제는 힘의 균형이 많이 틀어진 모양이다.

주말에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글을 쓸 수 있을만큼 상태가 호전되어서가 아니라, 무엇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정말로 다 놓아버릴 것 같아서 어떻게든 견뎌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있을 정도의 정신도 남지 않았었다.

그 때, 모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 달에는 처음 듣는 모기 소리인데, 실수로 닫지 않고 한참을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온 모양인데 이 추운 날씨에 날개짓 할 기운도 떨어졌는지 앵앵거리는 소리가 힘이 없었다. 하지만 거슬려서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데는 충분했다. 일어나서 보니 비가 거의 그쳐가는 것 같았다. 한숨도 못 잔 몸을 끌고 비틀거리며 자전거에 올랐다. 그런 상태로 이 급경사를 내려가도 될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는 고요한 거리를 내달렸다. 차가운 바람을 안면으로 다 받아내다보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그러고는 터덜터덜 다시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올랐다. 해가 뜨고 있었다. 이렇게 또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모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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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놓아버리는 것도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죠. 인생은 그거 연습하자고 태어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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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기에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모기가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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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고 하기에는 그 놈의 소리가 또 영 거슬리는게 아니라서...

힘내시라는 말밖에 하지 못함에 통탄스럽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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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요. 정말로 힘들 때는 기록을 남길 생각조차도 못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