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월요일

10개월 전

일어나서는 한참을 울었다. 목 놓아 울었는데 소리를 들어보니 상태가 이전보다는 나은 것 같다. 한동안은 사람 소리가 아닌 짐승의 소리를 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지난 15년간 흘린 눈물보다 올해 흘린 눈물이 많다. 이전에는 이웃들에게 미안해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꺽꺽거리곤 했는데, 지금은 눈치 볼 사람 없이 원하는만큼 감정을 표출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공기청정기를 켰다. 빨간 등이 켜졌다. 매캐한 냄새도 난다. 오늘은 창문을 열지 말아야 할 날인가보다. 그리고는 욕조에 물을 받았다. 욕조에 누워서 살펴보니 발이 잘 트고 상처도 많은 반면에 손은 말끔하다. 평소에는 손이 트고 발이 말끔한 편이었는데 올해는 무슨 일인가 싶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욕조에 눕는게 우습기도 했지만, 그래도 목욕이 하고 싶었다.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는 주방에서 커피를 찾았다. 하필 커피가 정말 마시고 싶은 날 원두도, 갈아놓은 가루도, 콜드브루 원액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커피 믹스를 한잔 마셨다. 너무 달아서 나는 커피 믹스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잠깐 밖을 걷다가 새들을 보았다. 근처에 새들이 무리지어 다니는데 각각 영역이 있는지 한 곳에는 한 종류의 새들만 놀고 있다. 자주 보이는 것들은 물까치, 까치, 참새인데 비둘기가 아닌 새들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이전에 다니던 산책로에는 청둥오리가, 그 전에 다니던 산책로에는 백로와 왜가리가 살긴 했지만, 결국 가장 많이 보이는 새는 비둘기였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는 노래를 불렀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이끌려서 노래를 불렀다. 소음 걱정 없이 목청껏 부르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이 기분이 좋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른 후의 기분.

이른 아침부터 별별 짓을 다 했는데 그러면서 내면을 관찰하니 소득은 있었다. 오전에는 쓸 이야기가 더 있었는데 지금은 다 생각나지가 않는다. 그럼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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