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2개월 전

 비를 맞으러 나갔다. 그 충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프로이트는 타나토스적 충동이라 하겠지만 그는 틀렸다.
 나는 그 충동을 대강은 안다. 가끔 차가운 물이 떨어지는 걸 맞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폭포는 멀고, 샤워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나에게 선택권이 있음에도 굳이 택한다는 것이고,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것도 어렵다. 너무 촘촘촘하게 떨어지는 차가운 물은 나체로 받아내기에는 너무 차갑고, 약하게 틀어 놓으면 그 매가리 없는 물줄기가 원하는 만큼의 상쾌함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빗줄기인 것이다. 자유낙하 하는 빗줄기는 샤워기만큼 촘촘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수준으로 나를 때린다. 옷을 입고 샤워기 밑에 있으면 곤란하겠지만, 비는, 심한 수준이 아니라면 털어낼 수 있는 정도다.
 그러니, 타나토스적 충동과는 반대의 것이다. 세심하게 고려되었고, 수준조차도 내가 철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상태다.

 그 비를 맞으며 유예한 활동을 했다. 생각이 선명해졌다. 선명한 생각은 너무 날카로워서 위험한 무기가 되었지만 나는 그걸 쥐고 칼춤을 추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TEEMKR.COM IS SPONSORED BY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