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소설 읽기] 영어 단어, 찾아 말아?

작년

영어 소설.jpg

멋진 대문을 만들어주신 @kiwifi 님 감사드립니다!!


단어를 안 찾고 읽는다 vs. 단어를 다 찾으며 읽는다.

지난 시간에 자신의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고르려면 두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5개 이하인 책을 고르라고 말씀드렸었다. 아무리 쉬운 책을 고른다고 해도 영어 소설을 읽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그 단어들을 다 찾아봐야 하나?

여기에서는 단어를 안 찾고 읽는 '안찾파'와 단어를 찾으면서 읽는 '단찾파'의 주장을 각각 들어보기로 하겠다. 자, 당신의 선택은?


단어를 안 찾고 읽는 '안찾파'의 주장


그냥 감으로 읽으면 되는 거지.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기껏해야 두세개 되는데, 그걸 굳이 다 찾아야 하나? 그 정도는 그냥 감으로 이해하면 되는 거지. 모르는 단어 두세개, 이해 안 되는 문장 두어개 있다고 해서 그 책을 못 읽는 것도 아니니까.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수십개면 어떻게 하냐고? 어허~, 큰일날 사람! 그 정도 되는 책은 내 수준보다 훨씬 어려운 거니까 당연히 읽으면 안 되지. 매직 파이브 얘기도 못 들어 봤나? (feat. [영어 소설 읽기] 내 수준에 맞는 영어 소설 고르기 - 매직 파이브)

한글 책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 일일이 찾아보는 사람 봤어? (아, @lucky2015님 빼고) 명문장의 대가이신 김훈 선생님의 <칼의 노래> 알지? 거기에 나온 문장 몇 개 예로 들어볼게.


...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 속으로 불려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바다에서는 늘 먼 섬이 먼저 소멸하고 먼 섬이 먼저 떠올랐다.

저무는 해가 마지막 노을에 반짝이던 물비늘을 걷어가면 바다는 캄캄하게 어두워갔고, 밀물로 달려들어 해안 단애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어둠 속에서 뒤체었다. 시선은 어둠의 절벽 앞에서 꺾여지고, 목측으로 가늠할 수 없는 수평선 너머 캄캄한 물마루 쪽 바다로부터 산더미 같은 총포와 창검으로 무장한 적의 함대는 또다시 날개를 펼치고 몰려온다.

= 칼의 노래 by 김훈 (문학동네)


칼의 노래 첫 페이지에 나오는 단락이야. 읽어보면 대충 저녁이면 멀리 있는 섬부터 안 보이고, 아침에는 멀리 있는 섬부터 잘 보인다는 얘기라는 걸 알 수 있지. 해가 진 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바다에 울려퍼지는 파도 소리,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적의 함대에 대한 얘기라는 것도 알 수 있고.

그런데 말입니다. (갑자기 이 문장만 존댓말)

저 세 문장에 나오는 단어들 중 "박모", "물비늘", "단애", "뒤체다", "목측", "물마루" 등의 뜻을 모두 다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단어들 중 모르는 게 있다고 바로 국어사전을 펼쳐들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걸. 그냥 "감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거지.

영어도 그렇게 읽으면 되는 거 아니야? 꼭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알 필요는 없잖아. "감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 거지. 안 그래?


유추하는 힘도 길러야지.


사람이 머리가 있으면 굴릴 줄도 알아야지. 무슨 말이냐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이게 무슨 뜻일까, 앞뒤 문장을 보면서 유추해볼 줄도 알아야지. 어떻게 매번 사전을 찾아볼 수 있겠어. 책을 읽을 때마다 사전에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단어 찾느라 글의 흐름이 깨지면 더 읽는 것도 힘들다고. 앞뒤 문장 슬쩍 보면 대충 어떤 뜻인지 감이 온다니까.

더군다나 이렇게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하는 건 시험을 볼 때도 아주 유용해. 생각해봐. 시험을 보는 도중에 사전을 꺼내들 수는 없잖아? 그럴 때는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하며 읽는 수밖에 없지. 평소에도 이런 식의 독서를 해온 사람이라면 시험을 볼때 문제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걸.

그러니까, 사전 따위는 안 찾아봐도 된다고. 안찾파, 만쉐이!


자, 그럼 이번에는 단찾파의 주장을 들어보자.


단어를 다 찾으면서 읽는 '단찾파'의 주장


단어 뜻을 모르면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단어의 뜻을 모르면서 자신이 읽은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야. 더군다나 이건 모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읽는 거잖아. 단어 뜻을 다 알아도 행간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눈치챌까 말까인데, 단어 뜻도 모르고 그냥 읽겠다고? 오, 노! 말도 안되지!

게다가, 우리가 킹 세종, 세종대왕님께서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한글로 쓴 책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영어로 된 책을 읽는 이유가 뭐겠어? 책을 읽는 온갖 장점과 더불어 바로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잖아. 그런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쌩까고 그냥 넘어가면, 실력이 늘겠냐고! 영어 책을 백날 읽어봐야 모르는 단어는 여전히 모를 텐데. 안 그래?


단어 뜻을 유추한다고 해도 유추한 뜻이 맞았는지 확인은 해야지.


그래, 네 말이 맞아.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바로 사전을 찾아보는 건 힘들 수도 있지. 단어의 앞뒤 문장을 보며 먼저 단어의 뜻을 유추해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고. 그런데 그거 아니? 자신이 유추한 단어의 뜻이 맞았는지는 반드시 사전을 보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엉뚱하게 유추한 뜻으로 잘못 알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이러나 저러나 사전은 꼭 찾아봐야 된다니까! 단찾파, 만쉐이!


그래서, 불이 너는 어떻게 하는데?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


나는 웬만하면 단어를 찾는 편이다. 특히나 전자책으로 읽을 때는 단어를 찾는 게 무척이나 쉽기 때문에(그저 단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기만 하면 되니까) 찾지 않고 넘어갈 이유가 없다. 종이책을 읽을 때도 옆에 핸드폰을 놔두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인터넷 사전으로 바로바로 찾아본다.

하지만 때론 단어를 안 찾고 넘어갈 때도 있다. 주로 공부에 좀 질렸을 때나 귀차니즘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 단어 찾고 외우느라 힘들어하는 머리에 휴식을 주고 싶을 때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대충 유추하면서 설렁설렁 읽는다. 한 마디로 때에 따라 '안찾파'와 '단찾파'를 자유롭게 오간다는 말씀.

하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단어를 안 찾고 읽다가도 꼭 사전을 뒤져보는 예외적인 경우들이 있다. 여러분이 혹시 '안찾파'라 할지라도 아래 경우라면 꼭 단어를 찾아보시길 권하고 싶다.


아무리 귀찮아도 이럴 땐 꼭 단어를 찾아보자


1. 단어가 중복해서 나올 때

모르는 단어가 나왔는데 귀찮아서 그냥 넘겼다. 그런데 몇 장 뒤에 가니 그 단어가 또 나온다. 어라? 조금 뒤에 또 나오네? 이렇게 반복되는 단어는 a) 아주 중요한 단어거나 b) 기본 단어거나 c) 단어 자체로는 중요한 게 아닐지라도 적어도 이 책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는 단어다. 그런 단어는 반드시 뜻을 찾아봐야 한다.


2. 모르는 단어가 드문드문 있을 때

모르는 단어가 서너 페이지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드문 있을 때. 이럴 때는 모르는 단어가 별로 없으니까 단어도 안 찾고 그냥 막 읽고 싶겠지만, 오히려 이런 때 나오는 단어들을 찾아보는 게 좋다.

모르는 단어가 서너 페이지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라면 내 수준에서는 굉장히 쉬운 책이다. 그렇다면 그 정도 레벨에 나오는 단어는 내가 몰라서는 안 되는 단어다. 즉, 내 수준이라면 그 정도는 꼭 알아둬야 하는 단어들이라는 뜻이다. 사실 서너 페이지에 하나 정도면 그리 귀찮은 수준도 아니지 않은가?


3. 단어는 다 아는데 해석이 안 될 때

내가 다 아는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인데 해석이 안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 문장 안에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이디엄(idiom), 숙어, 구동사(phrasal verb) 등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이디엄, 숙어, 구동사를 많이 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단어들도 꼭 찾아보고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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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모르는 단어 많으면 그거 찾다가 중간에 손놔버리는 경우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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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래서 더더욱 지난 글에 언급했던 '매직 파이브'가 중요해요.
자신이 모르는 단어가 두 페이지에 5개 이하로 나오는 수준을 골라야 해요.

저도 때에 따라 '안찾파'와 '단찾파'를 자유롭게 오가는 쪽입니다.^^
일일이 다 찾아보진 않습니다. ㅎㅎ

P.S) 김훈 작가님 '칼의 노래' 읽은 적 있는데.. 그 이후로는 아직 김훈 작가님 책 읽은 적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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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일일이 다 찾아보다간 지쳐요.
저도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으로 읽을 땐 건너뛰면서, 안찾/단찾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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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노래, 현의노래 다 잼있습니다!!
칼의노래는 연애할때 아내님한테 선물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ㅎㅎ

  ·  작년

내용이 재밌는 소설이나 그래픽 노블은 단어 찾는게 즐거운데 의무감에 읽는 자료나 논문은 귀찮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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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감에 읽으면 진짜 단어 찾기 귀찮죠. -_-;
근데 재미로 읽는 건 내용을 잘못 이해해도 무리가 없지만, 논문을 잘못 이해하면 안되니까 또 어쩔 수 없이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는.. ㅠ.ㅠ


@bree1042님 곰돌이가 4일치 모아서 2.0배로 보팅해드리고 가요~! 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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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잘 받았어요! :)

김훈 선생님의 칼의 노래 저도 예전에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근데...박모? 물비늘? 저른 단어들이 있었나요? ㅋㅋㅋ 기억이~
저도 안찾파인가 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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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한글 책 읽을 때는 저도 안찾파에요. 우리말이니까 다 알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그냥 감으로 이해하면서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수능칠때 외국어 영역 독해는 늘 감으로 했죠. 결과도 감감했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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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영역뿐 아니라 국어 영역도 감으로 독해해요. ㅎㅎㅎ
수능으로 바뀐 후에 지문이 왜이리 길어지는지... ㅋㅋㅋ

대충 감으로 넘어가는 독해는 좋지 않은 거엿군요 ㅋㅋㅋ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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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찾다간 지쳐요.
상황에 따라 안찾파/단찾파 함께 해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

제가 처음 원서를 접할때 일일이 찾고 시작하다가 시간이 너무 걸리니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그 뒤론 감으로 읽다가 찾기도하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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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찾다간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진도도 늦게 나가죠.
그리고 단어 뜻을 찾아봐도 문장이 해석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ㅎㅎㅎ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고도 감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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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확실히... 자기 수준이 맞는 책을 찾으면 단어를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깐
일단 그게 중요하겠네요 ㅋㅋ 너무 단어만 찾다가 책 읽는 진도가 안나가면 또 그 나름 어려운일이라... ㅎㅎ
저도 보통 찾는 편인데 ㅋㅋ 그래서 완독이 어렵네요 ㅠ (수준에 안맞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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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단어 찾다가 날새죠. ㅎㅎㅎ 게다가 단어에 뜻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 중 어떤 뜻이 맞는지 몰라서 단어 뜻을 찾아도 문장 이해가 안 가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더더욱 자신에게 맞는 수준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그래도 좀 어려운 책을 읽고 싶으시다면 전자책 강추합니다. 특히 킨들이요. 책을 보다가 화면에서 단어를 터치만 하면 뜻을 알 수가 있으니 참 좋아요. 어떤 사전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영영 사전, 영한 사전 모두 다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단어를 찾아봐야 할때 꼭 영어책이 아니더라도 해당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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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한글로 된 책을 읽을 때도 이렇게 해야 어휘가 늘 텐데..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국어 사전을 잘 안 찾아보는 거 같아요. ^^;

전 다 찾아봐요 ㅋㅋ 답답해서 못 참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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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는 느리지만 실력은 확실히 늘겠네요! :)

  ·  작년

아하 두 파가 있었군요. 당연히 안찾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단찾파도 있다니 정말 둘의 말이 모두 맞는 걸 느낍니다. 오늘 또 때때로 양찾파를 왔다갔다 해야한다는 사실을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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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라,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양쪽을 오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

ㅎㅎ 첫페이지에 아는 단어가 다섯개 이하면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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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덮으십시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더 쉬운 책을 고르셔야 합니다. ^^;;

소설은 아직 힘들것 같아서 포레스트의 시집을 몇개 구입해놜는데 펴보지도 않고 있네요ㅠㅠ
얼른 시작해야겠습니다
아! 저는 단찾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