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부부의 세계 그리고 남녀의 세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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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수작을 만났다. BBC 방송의 <Dr. Foster>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부부라는 사회적 계약 관계로 인해 일어나는 속박과 고뇌 그로 인한 연민을 내면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공중파에서는 보기드문 강도높은 정사신도 이 드라마의 특징이지만 이 역시 사건의 전개에 꼭 필요한 요소일 뿐 경박한 재미를 노린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가 꽤 오랫동안 모계사회 단계에서 머물렀던 것을 생각하면 과연 일부일처제가 인간 생리를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제도일까 하는 의문은 제쳐두고라도 결혼이라는 계약 당시의 초심이 변함없이 수십년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이것은 결국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선 당사자들의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우리 사회엔 그런 부부들보단 자신의 욕구에 더 충실한 부부들이 많은 것 같다.

이태오는 유아적인 이기심과 자기 중심적인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인물인데 모든 사건의 발단과 전개는 이태오로부터 시작된다. 극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서 다소 극단적인 인물 설정을 하고 상대방은 그로 인한 피해자가 되지만 그 상대방 또한 이기심과 복수심으로 인해 상황을 반전시키기 때문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같이 어이없는 스토리가 아니라 충분히 개연성이 있고 재미있게 전개가 된다.

자식 때문에 산다는 말이 있듯이 계약이 파기될법한 수많은 위기의 순간에도 아슬아슬하게 헤쳐나가는 힘은 결국 그들이 같이 만든 자식과 그 자식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전투를 통한 전우애다. 배우 황수정이 컴백 직후 출연한 드라마에서 이 비슷한 대사를 했는데 그때도 가슴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곧 성별을 차별하는 것이다. 성별로 인한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지 않으면 이성에 대한 혐오주의가 생기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보이는 이성 혐오주의는 필자의 소싯적에는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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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2천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교훈을 준다. <자객열전-예양편>에서 조양자는 예양에게 묻는다. 지백 이전에도 많은 주군들이 있었을텐데 왜 유독 지백에게만 그리 충성하는가?... 예양은 이렇게 답한다.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
여인은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

여기서 남자는 적극적으로 여자는 수동적으로 표현했다느니...하는 따위의 말을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남녀의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이야기한 것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풀이하자면 여자는 사랑으로 살고 남자는 인정으로 산다..라고 말할 수 있다.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의 일탈을 굳이 두둔하자면 지선우의 헌신적인 사랑 속엔 남편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인정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능력있는 와이프를 둬서 얼마나 행복하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태오는 분노한다. 하지만 지선우는 자신이 쏟아부은 사랑에 대한 댓가로 배신을 당했으니 그 분노 또한 충분히 설명된다.

차이를 이해해야만 사랑할 수 있고 차이를 이해해야만 인정을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증오와 배신으로 가득찬 이 세상에서 수십년간 내 곁을 지킨 전우마저 잃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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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선 당사자들의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우리 사회엔 그런 부부들보단 자신의 욕구에 더 충실한 부부들이 많은 것 같다.

공감합니다. 연애할 때 설레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의리나 전우애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이를 지키기 위해선 인내와 희생이 정말 중요함을 살아보니 느끼게 됩니다. 결론은 남편이든 아내든 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건강한 부부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지요.

딸아이와 아들을 키워보니 더 차이가 느껴집니다. 차별적으로 키우지는 않으나 남녀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차이를 인정하며 키우게 되네요. 그것이 맞는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