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별담] 그의 배가 빠지고 있다.

2년 전


술을 잔뜩 먹고 들어왔다. 술을 먹어서 그가 생각나는 것도 있다. 내가 이곳에서 그를 처음 만난 날도 술을 잔뜩 먹고 들어와서 만났으니 말이다. 그가 사라져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그를 이끈 예인선이라는 이유로 넘치는 혜택을 받았다. 명성에 비할 것 없는 보팅을 큐레이터가 된 그에게서 받았다.

그는 사라져야 할 이유가 없다. 누가 일으킨지 모를, 소요가 일렁이는 kr이라는 바다를 그는 스스로 멀리 멀어지고 있다. 그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그를 만났었다. 실 제본 성애자를 실제 본 사람이다.

그가 사라지고 있다. 낭만에 대한 공모전이 열렸을 때, 아니 그 전에 그에게 쓴 편지를 보냈다. 이곳에 올리지 않고 그에게 먼저 보냈다. 그가 가장 힘들 때 였지만 이미 늦었다. 제목은 호형호제였다. 그를 이곳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나는 그의 오래전 프사를 보았기에 그의 얼굴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현실같지 않은 소설을 보았기에 아니, 그를 만난 것이 더 반가웠기에 그의 목덜미의 안전보다, 나를 웃는 얼굴로 맞이 하는 그의 웃음이 더 좋았고, 그가 뻗은 손의 온기가 더 따뜻했다.

그는 사라질 이유가 없다. 다들 잭, 수지 큐, 클레어, 지미를 그보다 보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을 창조한 그가 더 보고 싶을 것이다. 나는 내가 처음 접한, 그가 처음 쓴 소설의 주인공, 빅토가 보고싶다. 아니, 그를 이곳에서 더 보고싶다.

그는 봄날의 일기를 전하는 공모전을 열었다. 그 공모전을 통해 알았던 이가 연 한 여름의 도라지 위스키가 사람들 목구멍 속으로 뜨겁게 넘어갔다.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블로그에 가서 댓글을 달았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기다리라고, 내가 아니더라도 편지가 많이 쌓여 있을테니, 답장 보낼 준비 하고 있으라고.

나는 그가 얼마나 힘들지 모른다. 술에 취해 집에 오는데 매미가 세차게 울었다. 매미가 17년을 땅속에 있다가 맴매 울려고 올라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현실인지 모를 소설에 농담 반 진담 반 댓글을 달았었다. 그들의 17년의 시간을 다 알지 못한다. 한번 봤다고, 채팅 몇 번 해봤다고 다 알까. 그래도 조금은 알았다. 그가 힘든 것을. 그래서였을까. 나는 술에 취해 그의 목소리 듣자고 밀어 붙였었다. 목소리의 표정과 감정이 활자만 할까.

그래, 그렇다. 나는 이미 언제부터 그와 교류하고 있었다. 어느날, 술에 취해 억지로 전화를 주고 받았다. 그렇게 하고싶었다. 글로는 안 될,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안정이 될 것 같았다. 이기적이었다. 받아준 것이 고마웠다.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가 보자고 했다. 그의 아지트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멋지려고 차려입고 온 것은 아니었겠지만, 멋지게 입고 왔다. 소설 속의 다른 의미로 캐리어에 담겼던 슈트가 저것일까 생각했다. 그가 입은 슈트가 아니여도 그는 그대로 멋진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마주한 그는, 그가 이곳에 처음에 올린 self portait로 본, 상투를 뒤로 튼 헤어스타일도 그대로였다. 카톡프사가 먼저라 했지만, 수화기 너머 목소리, 라디오를 통해 그를 아는 모두가 들은 목소리처럼 그는 멋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멋진 사람이었다.

만나기로 한 날, 그가 농담으로 말했다. 한국, 이곳에서 잘려진, 구렛나루가 밀려서 못 보겠다고. 힘든 와중의 농담인지는 알았으나, 괜찮은줄만 알았다. 그와의 만남이 설레었으니까. 만나고 나서도 몰랐다. 그래도 서로가 마주 한 눈빛만 봐도 안다, 너무도 따뜻했다. 안아주지 못해 지금도 후회된다. 그날의 만남은 너무도 아쉬웠다. 나는 신데렐라도 아닌데, 집에 구두를 놓고 온 마냥 허겁지겁 시간이 되어 떠났었다.

그로부터 몇 주 뒤,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술 한잔 하자했지만, 나는 다음날 친구들과의 약속을 핑계로 밀어냈다.

그 전의 만남에, 너무 멋진 술을 얻어 먹었었다, 그의 아지트에 초대 받았었다. 내가 어떤 술을 먹었는지도 몰랐다. 그의 취향도 몰랐다. 그는 그의 취향대로 나를 이끌었었다. 그가 마시고 있던 술이었다. 좋았다. 이게 술과, 분위기와,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과의 조합이구나.그가 이 잔에 담긴 그 위스키를 좋아하는지도 후에 알았다. 그래서 나에게 권해줬나. 나는 처음이었지만 좋았다. 천천히 두 잔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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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로, 함께한 이가 그가 접해보지 못 한 메뉴를 권했다. 그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도 싫은 티를 안냈다. 그의 슈트는 그 자리에 맞지 않았지만. 맞춰주는 그가 나는 그래서 더 좋았다.

(스마트폰으로 고치다 모니터 앞으로 옮겨와 퇴고중이다, 줄이지 못하겠다. 매미가 세차게 운다)

만남 이후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술 한잔 하자고. 나는 거절했다. 다음 날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그와 함께라면 시간이 모자랐다. 이틀 연속 술은 그랬다. 그와는 만취되도록 먹고싶었다. 그래서 밀어냈다. 다음에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오해하지 마라. 나는 그를 형으로서 좋아한다. 종일 보고 싶었다, 그 후로 몇 일, 지금도.

그가 떠나고 있다. 술 먹어서 그를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반은 맞고 나머지 반도 맞다. 그의 연락을 거절한 것이 아쉽다. 그렇다고 그에게 먼저 연락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담이 높다. 그는 나의 담을 넘어왔다. 아니, 내가 땅따먹기 하듯 문을 만드는 땅을 내어준지도 모르겠다. 그는 내가 아니었어도 kr항구에 오롯이 정박하고 오롯이 그의 앞날을 펼쳐 나갔는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그의 예인선을 빙자하며 kr항구에 그를 끌었는지도 착각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가 떠나고 있다. 그를 잊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술에 취했지만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 나름대로 잘 살고 있을까, 아닐까는 내가 판단할 그것이 아니다. 그래도 걸리는 것이 있다면 모두가 아는 것이지 않을까. 최후의 보루. 그것을 육성으로 들었을 때도 몰랐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그의 배를 나는 예인선인 척 하며 이끌었다. 술에 취해 연락하고 싶지않다. 그가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잘 살고 있을까. 빚이 빛이 되어야 할텐데. 터널안에 앉은 나는 이 터널 빛을 함께하고 싶은 그에게 빛을 줄 수 있을까.

내일 돼도 알 것인가.

별은 빛나겠지, 우리가 보낸 빛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사되어 돌아올테니. 돌아와야 한다, 잭을 보려면 그를 보려면.

외롭게 두지 말자, 그의 별을. 손가락은 접고 자야할 듯

돌아와라, 종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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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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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여사의 빛도 그에게 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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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째 퇴고중...나는 언제 자나ㅠㅠ우리 형 잘 자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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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가을엔 돌아오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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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바람일 뿐이죠.

  ·  2년 전

김작가님이 뭔가 힘든일이 있으시군요...
왜그러셨아요 ㅠㅠ 좀 곁을 내어주시지...
연락좀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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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 그랬어요ㅠㅠ 그것이 이렇게 아쉬울줄은 몰랐네요.

뭔 내막인지 모르지만
형을 많이 생각하는 마음에 응원을 보냅니다.
인연은 나름의 고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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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감사합니다.
고리로 묶여 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는 사람 참 많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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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저 뿐만은 아닐거에요...

안녕하세요.
글을 읽어보니 김작가님과 개인적으로 연락도 되시나본데...
연락좀 해 보세요.
정말로 괜찮으신지.....
저는 '별을 본다. 외롭지 않으려고'부터 김작가님의 글을 본지라, 스팀잇 안에서의 김작가님만 알고 있답니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 되셨으니, 누구든 손을 내밀어줘야 하지 않을까.. 이래저래 걱정이 되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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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거라 생각하지만 연락은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늘어 놓은 푸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먹먹해집니다. 터널님도 못지 않게 멋지십니다. 그 끝의 빛으로 그분이 다시 돌아오게 예인선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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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저는 아니에요. 가을에는 그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빵님!

그 분은 정말 마음 따뜻하신 분이에요.
그분의 빈 자리는 정말 큰것 같습니다.
빨리 만나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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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들어와서 오셨나~ 찾아봅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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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다릴 뿐입니다ㅠㅠ

서로를 상처주기위해 소통을 하는것은 아닐텐데..
물론 좋은 소통만 있을 순 없겠죠.. 하지만.. 조용히 사라져버리는 작가님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이 계시다는걸.. 아셨음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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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찾아와 주시는 것을 보면 작가님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득문득 생각납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시간만 흐릅니다. 어서 돌아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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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메님도 저와 같은 마음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보채지 않고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