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쓰는 일기

3개월 전

고등학생때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수면환경을 변화시켰던 생각이 났다. 이불을 여려 겹 덮기도 하고, 멀쩡한 침대를 두고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기도 했다. 왜 그런 것인지,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항상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기억난다. 어제는 특별히 스트레스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문득 그 생각과 함께 쇼파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어느새 후덥지근한 밤에 이불을 여러 겹 덮고 싶지도 않았고, 특별히 푹신한 내 침대에 익숙해져 바닥은 불편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통하던 방법이 지금도 통하는지, 통하지 않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잠에 쉽게 들지 못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때면 무조건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잠에 들지 못 하고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건 지나친 괴로움만을 준다.
침구를 다시 침실로 옮겨놓고 가볍게 운동을 했더니 마치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듯 정신이 맑아졌다. 지금은 괜찮지만 정오쯤이면 극심한 피로를 느낄 것을 알기에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정오에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밤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도.

아침에는 식물들을 돌본다. 무엇을 키울지 정하지 않아서 빈 공간이 많지만, 그래도 장미는 만개했다. 처음 심을 때 내 무릎 아래에 있던 것들이 어느새 내 상체까지 뻗어있다. 장미는 처음 몇송이가 피어오를 때는 참 아름다워서 물을 주고 나서도 바라보곤 했는데 막상 만개한 장미들이 늘어있으니 느낌이 덜하다. 그리고 봄에 라일락이 피었을 때는 수시로 향을 맡곤 했는데 장미는 그런 재미는 없다.
요즘 내가 특별히 신경을 쓰는 건 책상 위의 시클라멘이다. 잎이 무성해졌던 녀석이 시들어가는 걸 보면서,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죽인 식물이 한둘도 아닐텐데도 각별한 마음이 생겼었다. 아마 책상 위에 두고 있어서 가장 자주 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그 위태롭던 친구가, 새 줄기를 뻗어내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지금은 빨래를 하고 있다. 나는 건조기에서 막 나온 따뜻한 빨래를 개는게 좋다. 손이 워낙 느려서 아무리 해도 도통 빨라지질 않아서 답답할 때도 있지만, 집에서 잘 나가지 않아서 빨랫감이 그리 많이 나오진 않는다. 나는 어려서부터 손 쓰는 일을 참 좋아했는데도 손을 쓰는 게 참 어설프다. 항상 다치고, 악기도, 그림도 참 형편 없다.
다음으로 간단하게 청소를 할 것이다. 그리 꼼꼼하진 않지만, 손님이 왔을 때 집이 깔끔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만.
이번 달 말에는 청소가 힘들어진다. 어머니가 외가 식구들과 여행을 가셔서, 강아지를 맡기기로 하셨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맡기고 나도 같이 가도 된다고 하셨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었고, 어머니도 그걸 아시기에 거듭 권하지는 않으셨다.

집안일을 마치고는 해야할 일을 할 것이다. 언제 마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나는 아주 어설프고, 느린 사람이니까.
사실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나는 그걸 정말로 잊은게 아니라, 기억하고 있지만 모른 채 넘어가려 하고, 내 정신도 그 기만을 용인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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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게 벌써, 2년 전 이야기였나요?
밤낮을 바꾸어 생활하시는 것은 여전히 진행중이신가요?
오랜만에 들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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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기도, 늦게 자기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네. 곧 2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