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갔다 붙잡혀오기

24일 전
in kr

2018년부터 가능한 한 더 칩거할 것에 목표를 두었던 삶이 2021년을 맞았다. 그간 정말 많은 게 변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집에서 일하게 된 것과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된 것이었다.

졸업은 했지만 회사도, 딱히 소속된 곳도 없어 사람들과 소통할만한 곳은 SNS가 전부였다.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그마저도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나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은 스팀잇이었고, 스팀잇을 떠나 찐 칩거를 할 때는 게임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다 돌연 게임을 접고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 그곳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또 그곳의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그러던 중 지인들과 유튜브를 하게 됐고, 다시 스팀잇에 돌아오게 되었다.

나의 변덕과 극단적 성격이 만나면 돌연 머물던 곳을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떠나곤 한다. 친구들을 떠났고, 살붙이고 음악 하던 친구들을 떠나왔고, 스팀잇을 떠났었고, 디스코드를 지웠고, 지금은 반년 넘게 글을 쓴 인스타그램을 떠나있다.


그렇다고 해도 떠나온 곳과 연결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매번 그곳에 다시 눈길을 주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나는 한 명의 친구를 통해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라라(@roundyround)님을 통해 스팀잇 소식을 넌지시 들을 수 있었다. 가끔 디스코드에 들어가보면 게임 친구들의 메세지가 쌓여있고, 드문드문 인스타그램에는 건강을 염려하는 DM과 댓글이 달리곤 한다.

가능한 한 세상과 멀리 고립되어 살고 싶다는 생각과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강렬하게 대립한다. 나는 나를 버려가면서라도 사라지고 싶지만, 그만큼 강한 힘으로 사람들은 나를 끌어들인다.

어제는 유튜브 같이하는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적한 건 나인데도 친구들은 내 걱정뿐이었다. 나는 아픈 참에 유튜브고 뭐고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다고 또 떼를 쓰고 있었지만, 친구들은 계속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또 부대끼며 사는 삶이 시작될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이 언제 어떻게 변덕을 부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친구들의 사랑이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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