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슬픔이 공존하던 날의 이야기

3년 전

안녕하세요.

@chromium 입니다.

오늘은 저에게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불쾌한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학부 3학년 여름 날의 이야기 입니다.

그때까지의 저는 딱히 봉사활동을 자발적으로 행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저 장학금을 받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15시간을 채워야 했기에 마감 날짜에 맞춰서 겨우 맞춰서 하는 그런 사람이었을 뿐이었죠. 그러던 중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던 친구가 봉사활동 자리가 있는데 한번 해보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마침 여름방학이었고 딱히 계획이 없던터라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 친구는 공익근무요원이었는데 초등학교 특수반에 다니는 몸과 마음이 불편한 아이들의 보조교사 역할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특성상 방학을 하게 되면 특수반 운영이 중단되게 됩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학교가 쉬는 방학이 제일 힘든 시기입니다. 방학 때는 아이들에게 그림자 처럼 붙어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자체에서 여러가지 이름으로 여름학교를 운영합니다. 제가 봉사활동을 하던 곳은 '달팽이 학교' 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곳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오전 10시 부터 4시 까지 아이들과 여러가지 공부 및 놀이를 하면서 직장에 가신 부모님이 오실 때 까지 시간을 보내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여름학교가 운영되는 동안 수요일마다 수영장에 방문했습니다. 구청에서 운영 중인 수영장을 일주일에 1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어린이 존 옆에는 아쿠아로빅 강좌가 이루어지는 풀이 있었습니다. 수심이 1.2 - 2.0 미터에 이르는 곳입니다. 강사님과 10여명의 수강생이 음악에 맞춰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곳이었죠.

하지만 이 음악 때문에 일이 벌어졌습니다.

ADHD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굉장히 강합니다. 어린이 풀에서 잘 놀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그 쪽으로 달려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 굉장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했습니다. 저는 3명의 아이들을 맡아서 놀아주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그만 호기심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음악이 나오는 1.2미터 수심의 풀로 뛰어들어 간 것이죠. 저와 제 친구는 미친듯이 뛰어들어가서 아이를 구했습니다.나와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을 하는 순간, 뒤통수 쪽에서 신경질 적인 목소리가 날아왔습니다.

아니 매주 이시간에 와서 매번 이러는데 뭔가 대책이 있어야지. 죄송하면 다야?

우리는 돈내고 수강하는데 방해하지마!

그런애들이 여기에 오니까 물이 더러워지는거 아냐? 빨리 데리고 나가!

그만 그 소리에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게 물이 더러워지는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미친거 아닙니까?

말 막하지 마세요. 아줌마 아들이 장애인이어도 이런 소리가 나옵니까?

당장 아줌마 아들이 오늘 사고나서 장애인될 수도 있습니다. 뚫린 입이면 답니까?

여기 까지 말하고 나니 다른 선생님들이 와서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사님께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소리 치더군요.

니가 못 배워 먹었으니 그런 애들이나 가르치는 일이나 하고 있지. 쯧쯧.

이소리에 더 싸우고 싶었지만 다른 선생님들이 말리시고 그날 수영장 방문은 그것으로 중단되었습니다. 왜 제가 사과해야하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는데 마지못해 사과하고 수영장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의 부모님이 제게 전화하셨습니다. 선생님 고생하셨다고 감사하다고 그러셨습니다.

전화 받으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분노와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이렇게 몰지각한 사람한테 욕먹고 무시당할 아이들이 아닌데 너무나 화가나고 슬펐습니다.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우리나라 시민의식이 이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건가? 잠이 오질 않아서 술을 퍼마시고 진탕 취해서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결국 강좌에 방해되지 않는 시간에 방문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돈 안내고 이용하는 사람이 눈치 살펴야하는 헬피엔딩을 맞았습니다.

글 쓰면서도 그 때 생각이 나서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이 사건 이후로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사건이랑은 관련없이 평소에 제가 관심있던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선택을 한 것이지 만요.

정말 고약한 냄새가 나는 하수까지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게 되었지만,

하지만 그 여사님의 몰상식을 정화할 만 능력까지는 제가 가지지는 못했네요.

참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합니다.

불편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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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포스팅 보는 내내 화가 나는군요. 개인적으로 신검 기준 4급 공익과 5급 면제의 경계에 해당하는 몸으로 2년 넘게 공익근무를 하였습니다. 신검 당시엔 빈손으로 가서 마지막에 4급과 5급 중에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군의관이 묻더군요. 평소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습니까? 4급 드려도 괜찮을까요? 이렇게요. 물론 20대 초반 당시엔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4급(장애x), 5급(장애)에서 차마 스스로 5급을 선택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예비군 훈련 마지막 5~6년 차 들어서는 1년에 몇 차례 없는 그 간단한 훈련이 너무 힘겹고, 또한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재검을 받아 남은 1~2년의 예비군 훈련을 그만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불편해졌습니다. 결국 끝까지 마치고 현재는 8년 차라 더이상의 육체적인 고생은 없지만,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신검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5급을 받을 것 같습니다.

공익 당시엔 근무기관이 국립특수교육원으로 전국 각지의 특수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교육방법을 연구하는 연구사님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담장 너머 한국선진학교가 있었는데 특수학교입니다. 이 시기에 장애학생들, 그리고 특수교육 관련 연구사들과 세미나 때마다 몰려오는 관련 교사, 교감, 교장, 교수들이 찾아와서 어떤 생각으로 학생과 그 가족을 대하는지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중간에 정부가 바뀌면서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 정책, 관련예산과 전반적인 사회 인프라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지켜보았습니다. 안 그래도 열악하던 국내 환경이 얼마나 후퇴했는지는 세미나 때마다 09년 정부를 힐난하는 발표자들을 보면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기관 특성상 우호적인 분들이 압도적이었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음으로 일하는 분들도 보았죠. 직업으로 삼는 분들도 이럴진데, 해당 지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건강한 사람들과 장애인들이 조우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고, 표정만 보아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습니다.

본문의 불쾌한 일화와 같이 몰상식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였습니다. 저런 사람들의 인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에 걸쳐 자신이 보고 듣고 교육받은 것과 가까이 지내는 주위 사람들의 영향이 어우러지며 빚어지는 일종의 뒤틀린 시각입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경솔한 언행 하나하나가 모여서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신을 공격할 것입니다. 혹여나 불의의 사고로 처지가 바뀌면 뒤늦게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 전엔 저런 뒤틀리고 불쾌한 사고방식은 누구도 바꿀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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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복무 중에 여러 시선들을 직접 겪어보셨네요. 제 친구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저도 너무 열이오르네요...
진짜 더 쏟아 붓고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에요
아직 저 아줌마는 저렇게 꼬인 인식을 갖고 살고있겠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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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잘 바뀌지 않으니... 꼬인 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ㅜ

에휴... chromium님 이세상엔 정말 여러종류의 사람들이 있는것 같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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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참 여러사람들이 있죠 ㅜㅜ

말을 하기 전에 정말... 딱 한 번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도 차마 할 수 없는 말들이 많죠.
말씀하신 저 분은 "공감능력"이 부족하신 것 같아요. 주변의 다른 분들, 심지어 함께 수강중이신 분들 중에서도 지금의 저희와 같은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이 분명 계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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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같이 수강 중이던 분들도 말리시는 와중에 마지막으로 저런 언행까지 하시더군요. ㅜㅜ

정말미안합니다.. 같은 아줌마로써 제가 더
죄송하네요ㅜㅜ 혼자서 살아갈수없는 세상인데.. 그 아주머니도 오늘 많은 이의 도움을 알게모르게 받았을텐데..
조금더 약자의 아픔을 몰라주는 세상이라 더 가슴이 아프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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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시다니요.. 아닙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ㅜㅜ

이거 실화입니까......

정말 슬프고도 화 나는 이야기네요

기억하기 힘든 이야기를 해주신 chromium님께 보팅으로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함께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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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갈 길이 머네요.

정말... 아직도 저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슬픕니다.
chromium님도 그렇고 학생도 그렇고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이 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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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기억나는 걸 보면 상처를 크게 받은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에휴... 한 숨이 나오는 상황이네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시면 좋을텐데... 그래도 힘내시고..가즈앗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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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건 사라지지가 않네요. 아직도 가끔씩 그 때 일이 계속 떠오르네요.

너무 안타깝게도 세상에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참 많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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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ㅜ

상식이라는게 참으로 자기 주관적인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씁쓸한 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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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고 또 씁쓸합니다.

화나고 슬프고 안타깝네요... 제 주변 지인 또한 장애아동을 돌보는 일을 하는데 이러한 안타까운 경험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슬픈 일들이 줄어들까요 ㅜㅜ?

호주에 있으면서 느낀 거지만 이곳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보는 시선은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이러한 점이 저를 여러번 놀라게 했었는데요. 이 글을 통해 다시한번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네요...ㅠㅜ

@chrominum님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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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사람의 인성과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가?' 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는데 꼭 맞는 말 같습니다. ㅜㅜ

읽으면서도 울컥하네요. 정말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걸까요? 예전 일이라고 하셨지만, 여기저기 들리는
말로는 요새도 그리 많이 좋아진 거 같진 않아 슬프네요.
저 같았으면 속으로만 울화를 터뜨리며 째려보기만 했을 텐데.. 속 시원히 한 마디 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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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은 아직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일화와 같은 사람들도 극소수지만 계속 있을겁니다. 제가 그런 사람과 시비가 붙은 게 불행이지요.

너무나도 슬픈 일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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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픕니다..ㅜㅜ

@chromium 님 저 읽으며 너무 놀라서 입을 막았네요. 어떻게 ㅠㅠ
같이 있던 아이는 아주머니 막말을 못 알아들었겠지요? 정말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직접 겪으신 @chromium님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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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happycircle 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이는 아마도 못 알아들었을 겁니다. 다른 선생님 품에 안겨서 노래 왜 안 나오냐고 그랬거든요. 참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네요.

아직도 그런 쓰레기 같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 있네요... 눈앞에 보이면 진짜 쌍욕이라도 해주고 싶네요...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그런 인간들은 언젠가 벌받을 겁니다. 힘내세요 그런 인간이 있는 방면 또다른 착한이들도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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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극소수의 케이스로 치부하기엔 마음의 상처가 좀 컸던 것 같습니다.

참 마음이 씁쓸하네요...
저런 목소리 큰 분들 때문에 배려해 주고픈 좋은 분들(보통이런 분들은 조용한게 특징)도 또한 묻히게 되더라구요... 그자리의 모든사람들의 의견인듯 상황이 화가나게 돌아가 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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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십니다.

글 잘봤습니다!! 팔로우했습니다~ 맞팔부탁드려요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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