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Essay 013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

10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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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시간은 멈추지 않고 세상도 끊임없이 변한다. 모든 지구인들도 그 시간에 맞춰 하루하루를 쌓아 나이를 먹고 있다. 누구도 같은 날짜와 같은 날씨를 반복해 사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일상이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매일 다른 생각과 감정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도보다 우리의 환경은 더 빠르게 변해간다. 어찌 보면,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 추구하는 가치, 유행하는 문화 등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은 흡수가 빠른 젊은 세대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 시절을 지나온 세대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빠르거나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엔 괜찮다고 느껴지던 것들이 이제는 괜찮지 않은 것이 되었다. 과거에는 그냥 넘어갔던 일들도 이제는 다시 들춰보아야만 하는 시점이 되었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변해왔는데, 갑자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왜 과거의 기준과 가치를 모두 흔들고 다시 생각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사회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타고난 배경과 성질을 구분하고 또 구분해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기혼자인지 미혼자인지, 동성애인지 이성애인지, 부모인지 자식인지, 선배인지 후배인지, 돈이 많은지 적은 지 등등. 구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누어 각자의 특성을 규정하고 상황에 맞는 역할을 나누었는데, 세세한 이해관계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갑과 을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가 먼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그러려니 하고 고착시켰던 갑을의 관계가 고름 터지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맞았던 것들이 지금은 틀린 것이 되었다는 외침이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틀리고, 왜 틀리다는 것일까.






몰랐다.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수많은 의문들이 넘쳐난다.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서도 그게 원래 맞는 건 줄 알았다. 내가 힘든 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인 줄만 알았고, 어떻게든 그 틀 안에 잘 맞춰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의 학과 선택이 미래를 선택하는 전부인 줄 알았고,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갖는 것이 정상 범주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벌어서 모은 돈으로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인생인 줄로 알고 살아왔다. 그것에 의문을 가져볼 틈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는 삶이 성공한 삶을 만들어주는 줄 알았고, 그게 정말 성공한 삶이 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부당한 대우로 학과 점수가 깎였을 때도 학교의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고, 밤을 새우는 야근에도 이것이 열정이라 착각했다.

한 번씩 의문을 가졌던 적도 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순수하게 물어보기도 했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을 거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마치 내가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아마추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어떤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받아들여야 할 암묵적 룰을 지시받았다. 그렇게 허겁지겁 세상을 알아갔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를 답습하게 되었다. 과거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이고 버려할 것이 무엇인지를 여유 있게 나누고 나답게 골라낼 사치스러운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조차 나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눈치 보였다.


우리는 쉽게 동조된다. 친한 친구와 비슷한 옷을 입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동조는 사회에 나가면 이해관계에 의해 동조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사람 셋만 모여도 그 안에서 정치가 시작된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비슷해져 가면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대세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생각하는 것이나 가치관도 세상의 이치에 의해 맞춰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삶의 방식 자체가 비슷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각자가 원했던 방식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비슷하게 살아가게 된다. 바꿀 수 없는 환경들 속에서 개인의 선택들이 더해져 수많은 입장들이 생겨났지만, 주류가 아닌 것은 숨겨야 하거나 주변의 따가운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나이대별로 해야 할 일들을 이렇게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개인의 인생계획을 말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차라리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성공하는 인생계획 하나를 작성해서 온 국민에게 뿌리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은 인생의 과제들이 모두에게 존재했다. 그리고 그 과제를 빼먹는 순간, 방학숙제를 하지 않았던 개학 전 날의 어린 날이 끊임없이 소환되는 것이다.






귀찮았다.


힘들게 살아서 겨우 알게 된 세상의 이치를 다시 생각하고 기준을 바꾸는 게 귀찮을 것이다. 그 누군가들은. 지나간 날들 속에 묻어둔 기억을 다시 꺼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피곤하니까. 여태껏 잘 지내온 사람들에게 아픈 곳을 찌르거나 그들의 과거를 부정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생각보다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이 원래 그랬고 그들도 그에 맞춰서 살아왔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사회는 빠른 속도 안에서 어설프고 헐겁게 가치와 방식을 만들어 왔다. 형식을 위한 형식은 견고했을지 모르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방식을 다지는 데에는 한없이 약한 각자가 되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외침 속에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겼던 지난날의 기준들에 대한 순수한 물음들이 가득하다. 알고 물어보는 것 일지 아닐지는 몰라도 지극히 본질적인 물음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다. 열정과 보람은 보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 행복의 기준은 부모가 정해줄 수 없다는 깨달음, 특권에 익숙해지면 평등이 억압처럼 느껴진다는 진실, 다른 건 틀린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눈치 보지 않는 고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논쟁하고, 누군가는 싸운다. 그 싸움판에 생각 없는 자들이 몰려들어 편을 나누고 혐오 플레이를 펼친다. 그 플레이에 놀아나지 않으면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싶다. 그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것들을 더 찾아내고 싶다. 나의 과거가 부정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미래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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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글 -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