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

2년 전

요즘 신문 혹은 인터넷을 보다보면 참 화가 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일제시대 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썼던 독립열사들을 폄하하고 일제시대의 일제 통치를 찬양한다든지.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말도 안되는 막말을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저는 부모님이 두분다 광주 사람이셔서 그날 광주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었으며 저 또한 광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독립유공자의 손자로서 대학 등록금을 전액 면제를 받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것들을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사 왜곡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심각해지자 이러한 사건들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왜곡을 한다면 처벌을 하겠다는 법안까지 국회의원들이 제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광온, 역사왜곡금지법 대표 발의…“일제 피해 왜곡하면 처벌”
여야 4당, '5·18 왜곡처벌법' 발의

저 법안들에 대한 취지는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저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러한 역사 왜곡 글을 볼때마다 울화가 치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찬성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 법들은 절대 통과되서는 안되는 법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조금 표현이 격할 수도 있겠지만 이 법은 유신 정권 국가보안법의 망령을 연상시킵니다.

이 법안들의 취지에는 저 또한 어느정도 공감하는 바가 있으나 이 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부터가 너무나도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합니다. 특정 정치세력(자한당)을 견제하고 탄압하려는 목적이 너무나도 강하다는 것이죠. 물론 우리 법률에는 '법률불소급'이라는 원칙이 있어 이 법이 제정된다고 그 발언을 한 자한당 의원들이 이 법률으로 인해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518 특별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자한당 몇몇 의원들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을 해서 파문을 일으킨 직후였으며,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몇몇 정치인들은 그동안 자신이 했던 발언들과 엄청나게 배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한가지의 예를 들어보죠. 2월 24일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국 시도지사들이 보여 518 운동에 대한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

대구·경북 제외한 15개 시도지사 "5.18 정신,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성명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나 왜곡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망언, 망동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둘째, 정치적 목적을 위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행위를 배격하고,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셋째, 전국 시․도지사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가 우리 사회에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대충 요약해보자면 5.18 민주화 운동 왜곡에 대한 처벌 법안을 지지하는 내용입니다. 근데 나머지 시도지사들의 행보는 그동안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여기에서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을만한 인물이 한명 있었습니다. 바로 박원순 시장입니다. 2004년 9월 24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7조 때문인데 조선일보 주장처럼 광화문 네거리에 ‘김일성 만세’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억압하겠다는 뜻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없는 한 표현의 자유는 인정해야 하는데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라고 부른들 그것 또한 표현의 자유인데 어떻냐는 것이죠. 물론 15년 전에 한 이야기라 그동안 생각이 바뀌셨을 수도 있겠으나 그 동안의 행보를 보면 딱히 생각이 바뀌신 것 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박원순 시장께서 김일성 만세를 직접적으로 주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한다고 말하시는 분이 김일성 만세는 되고 518 망언은 안된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박원순 시장 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은 십수년째 표현의 자유를 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5.18에만 이토록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 법안이 너무나도 정치적인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해 찬양, 고무하는 행위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폄훼 발언을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둘 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보이는데 어째서 이렇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까요? 처벌할 거면 둘 다 처벌해야하는 것이고 처벌을 안할 것이면 둘다 처벌을 하지 않아야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제가 방금 국보법과 비교를 하며 처벌을 안할 것이면 둘다 처벌을 하지 않아야하는 것 아닐까요?이라고 적었죠? 이게 별 것 아닌 말 같아 보이지만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런 식으로 역사에 성역을 만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집니다. 지금이야 518과 일제시대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 법안은 반대편(자한당)이 집권했을때 손쉽게 반대 세력을 억누르는 좋은 선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디 역사적 사건이 518과 일제시대 뿐입니까? 세월호는? 박정희는? 625전쟁은? 천안함은? 연평도는? 그 밖에 북한이 자행했던 수많은 도발 사건들은?

스팀잇에서도 천안함 관련 음모글을 꽤 보았는데, 예를 들자면 나중에 자한당이 다수당이 됐을때 천안함 특별법을 만들어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을 자유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이와 관련된 음모론을 제가한다면 징역 7년에 달하는 처벌을 받는다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모두 찬성하시겠습니까? 저는 찬성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자한당의 518 망언과 웹상에 떠돌아다니는 일제시대 관련 허위사실들에 대해 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떠한 역사적 사실에도 성역은 없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역사적 사실에 성역을 만들면 통치 세력이 그것을 너무나도 쉽게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과거 군사 정권 시절 수십년간 겪지 않았습니까? 북한에 대해서도 예외는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가보안법도 취지 자체는 좋지만 집권 세력의 입맛대로 악용이 쉬운 법이라 좋은 법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러가지의 팩트들을 보고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해야할 문제이지 법으로 규정해서는 절대 안되는 문제입니다.

요즘 보면 몇몇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군사정권을 욕하면서 사실은 누구보다도 군사정권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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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전

역사에는 성역이 없어야지요. 그래서 역사에는 분명한 의도와 정의로운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팩트는 모두 그런 정리와 판단에 기초하고 있으니까요

"공산당 만세!" 와 "@raah는 사기꾼"은 결이 다른 주장이라 생각해요
전자의 정치적 의견일 수 있지만 후자는 제 자존심을 훼손하죠
5.18은 수많은 피해자의 명예가 걸린 문제로
단순한 의견영역이 아닌
정의롭게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또 그렇게 정리된 문제라 후자에 관계된 게 아닐까 싶네요

·

역사에는 성역이 없어야지요. 그래서 역사에는 분명한 의도와 정의로운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팩트는 모두 그런 정리와 판단에 기초하고 있으니까요

적극 공감합니다.
하지만 글에서 서술한 이유로 법이 개입해서는 안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산당 만세!" 와 "@raah는 사기꾼"은 결이 다른 주장이라 생각해요

이 부분은 살짝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물론 말씀하신 예와 같이 '518 민주화 운동에 참가한 누구누구가 사기꾼이다' 이런 주장이라면 분명 형법상에도 명시되어있는 명예훼손이므로 법이 적극 개입해야하는 부분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518 운동을 폄훼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대부분 518 역사적 사건에 대한 왜곡들이죠. 이 사람들이 폄훼하는 대상은 상당히 추상적이죠. 특정 법인도 아닐뿐더러 자연인에 관한 것도 더더욱 아니죠. (일컫어 '518 민주화 운동 참가자 집단' 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저 또한 이런 주장들을 듣게 된다면 상당히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을 과연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추상적인 518 민주화 운동 참가자 집단이라는 것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고 처벌하게 된다면 이것은 선례로 남아 다른 집단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 국회의원, 자한당 욕했다가 잡혀가는 그런 세상이 올 수도 있으니깐요 ..

표창원이 말했던 것 처럼 사실 입법 가능성이 없음에도 어그로 끌기 위해서 저런 법안을 발의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이름을 알리고,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서
(실제로 입법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

그나저나 저 내로남불은 좀 어떻게 못고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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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자한당을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 퍼포먼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자한당이 하는 짓을 보면 국정 운영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그 자체보다 자한당이 최고로 나쁜 정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롤로 비유해보면 상대편에서 게임 안한다고 두명이 던지는데 우리쪽에서는 세명이 던지는 느낌이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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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로 비유해보면 상대편에서 게임 안한다고 두명이 던지는데 우리쪽에서는 세명이 던지는 느낌이랄까요 ??

누가누가 잘던지냐 싸움 ㅋㅋ

쉽지 않은 글을 올리셨습니다.
그런 게 ‘진정한 용기’ 아닌가 싶고요.

전적으로 공감을 하여 리스팀합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ㅎㅎ 보팅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