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무릅쓰고도 찾게되는 작은 책방의 매력

11개월 전
in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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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이 불편했던 나


다소 내향적인 성향인 나는 작은 책방이 불편했다. 책방에 들어가는 순간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림이 부담스러웠다. 서로 의식하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있는 것이 책을 구경하는데 다소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책방의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사고 나와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방문했었다. 그래서 겉핥기식으로 슥 구경하고 언뜻 들어봤던 제목의 책을 급하게 사서 나오기 일쑤였다. 책방도 좋고 응원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불편한 마음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책방 주인이 열심히 골라놓은 책들도 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작은 책방들에 대한 책을 읽고 책방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본 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불편함을 무릅쓰고도 작은 책방이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대형서점


(최근에는 대형서점의 진열대에 ‘광고'라고 붙기 시작했지만) 대형서점의 진열대는 대형 포털 사이트의 배너 광고판과 같이 돌아가고 있다. 가장 노출이 잘 되는 자리는 몇 천만 원의 자릿값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대형서점에는 방대한 양의 책이 있고, 교통이 편리할 뿐 아니라 각종 편의시설이 있어 편의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크게 보면 ‘자본의 논리’에 의해 돌아간다. 철저한 분석에 의한 수지타산이 계산된 될만한 게임의 대표주자인 책들이 자릿값을 내고 진열되어있다. 씁쓸하게도 대형서점도 책 판매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한다.

책 판매가 적어서 > 책을 진열하는 자릿값을 받게 되고 > 마케팅 비용이 높게 책정된 책이 더 많이 노출되고 > 등단한 작가의 책, 상업성이 짙은 책이 우선 노출되고 > 다양한 책이 노출될 가능성은 더 줄어들고 > 창작환경은 더 나빠진다.

얼핏 보면 이런 악순환의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희망이라면 작은 책방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SNS의 파워가 강력해지고 있어서 주목을 받지 못한 책이나 작가들이 발견되고, 자본의 게임의 판도를 뒤엎는 책들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책방 - 광고비를 받지 않고 직접 고른 책


작은 책방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잉하며 그들이 추천하는 책을 자주 보다 보니 대형서점에서 주로 팔리는 책과 독립서점에서 주로 팔리는 책의 차이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은 책방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만한 점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직접 고른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와
당신이 읽은 책 목록이 비슷하다면
당신은 광고에 상시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작은 책방에서는 사소한 이야기, 신진 작가의 책이라도 책방 주인의 마음에 든다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될 가능성이 있다. 대형서점에서는 책장 구석에 꽂힐 책도 작은 책방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오직 책 자체로만 추천받을 수 있는 곳은 지인 또는 작은 책방이 유일하다. 케이크에 비유하자면 대형서점은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판매하는 케이크 vs 작은 책방은 로컬카페에 있는 홈메이드 케이크와 같다고나 할까. 작은 책방들에 관심을 가진 뒤로는 베스트셀러의 범주를 벗어나는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베스트셀러는 검증된 리스트일 수도 있지만 단지 지금 인기 있는 책 일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하고 묻혀버린 책 중에도 좋은 책은 너무 많다.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작은 책방의 가치


책방들의 열악한 사정을 여러 책에서 봐왔다. 이렇게 힘든데 이 사람들 왜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큰 서점과는 책의 원가가 다르게 책정되어 최저시급도 나올까 말까 한 구조인 것 같았다. 책방지기들을 인터뷰한 책을 읽어보니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책과 사람’이 두 가지를 좋아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책방지기들의 생각을 살펴보니, 책방은 책을 팔아서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책만 팔아서 이익을 내고 있는 책방이 몇 개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형서점에서 사든 작은 책방에서 사든 책의 내용은 같다는 것이 가장 걸림돌이 된다.

작은 책방의 가치 또는
책방에서 얻은 경험에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사람들이 작은 책방에서 책을 사게 될 것이다.

(책방 관계자분들이 보고 뭔 헛소리야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책을 파는 곳보다는 책방의 경험, 책을 읽는 경험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방의 경험이라 하면 책방에 들려서 주인과 나누는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묻혀 있거나 일반 서점에는 없는 책을 만나는 경험일 수도 있고, 책방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겠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어가면서 텍스트에서 이미지 영상으로 빠르게 전환되어가고 있다. 이야기는 좋아하지만 글씨로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독서를 ‘지적인, 생각이 깊은, 지식인들이 주로 하는’ 이런 이미지로 만들수록 책이란 것은 고립될 것 같다. 함께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었으면 좋겠다.




규모는 작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은 곳


작은 책방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거점이기도 하다. 독립출판물의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기도 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독자들을 연결하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어 이들이 저자로 성장하기도 한다. 공간은 작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업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책방은 그 동네의 로컬 문화의 거점이자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창구이다. 나 같은 창작자 입장에서는 작은 책방들이 잘 되어서 책 판매를 부탁할 작은 책방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작은 책방들이 잘 먹고 잘 살아야 작은 목소리로, 파편과 같이 세세하게 쪼개진 취향, 뚜렷한 개성을 담은 책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설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진다.

회사가 점차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 창작자는 더 많아질 것이다. 기부의 마음이든, 공간에서의 경험이 매력적이라면 책을 정가로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든 영세한 창작자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늘어나야 개개인이 생산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 움직임의 시작이 어쩌면 가장 영세한 작은 책방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작은 책방 팁

작은 책방에서 발견한 좋은 책이 있다면 책방에서 구매해주세요. 대부분의 작은 책방들이 시간을 들여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책방지기의 노력으로 좋은 책과 만나게 되었다면 그 책방에서 책을 구매해주세요.

작은 책방 관계자들에게

독립서점 연합을 만들어서 출판사로부터 공동구매식으로 매입해서 공급가를 줄인다던지 하는 대안은 없을지 고민해주세요. 항상 응원합니다. :-)

이 글을 쓰는데 영향을 끼친 책들
  •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 브로드컬리
  •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이후북스 책방 일기 - 알마
  • 로컬전성시대 - 어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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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건 들어갔다가 내가 원하는게 없더라도 뭔가 껌한통이라도 사고 나와야 될것 같은 느낌!! ㅎㅎ
학창시절은 수도권에서 지냈기에 대형서점에 자주 갔었는데... 작은 동네 서점은 주인 아저씨와 한두마디 건네는 말도 뭔가 정이가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너무 오래전 기억이지만^^

책을 파는 곳보다는 책방의 경험, 책을 읽는 경험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이 아니라 인생이란걸 나누는 느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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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맞아요ㅋ 뭐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 많아요.
반면에 시간을 들여서 갔는데 실망스러우면 난처하기도 해요.
항상 읽어주시고 정성스런 댓글 감사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독거님~!

작은 책방에서 주인과 환담하다가 그냥 나오기 미안해서 슬쩍 집어 드는 책은 큐레이션에 대한 댓가지불이라 생각하면 되겠네요. 미국이나 유럽영화에서 보는 장면처럼 책방이 미술관처럼 시즌별로 주제가 있는 도서전이나 작가초대전을 열 수 있으려면 작은 책방들이 강하게 살아남아야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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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저도 작은 책방에서 종종 구매하려고 합니다.
유럽처럼 책방문화가 자리잡으려면 작은 책방들이 살아남아야 할텐데요.
사실 책방들이 살아남으려면..주인들의 희생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더라구요.
조금씩 나아지길 희망하고 있어요 :-)

저는 얼마 전에 순천 독립책방 심다를 들렸는데
참 많은 걸 느끼게 해주더군요.
기회가 되면
독립책방 여행을 기획해서
다녀 보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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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군요. 지방에 있는 독립책방은 아직 못가봐서 궁금해요.
지역색이 묻어나는 곳이 있다면 저도 꼭 들려보고 싶네요.

정말 대형 서점에서의 쉽게 보이는 광고되는 책들보다는 작은 책방에서 얻어 가는 책방이 추천하는 책들도 좋을 것 같네요. 다만 작은 책방들은 정말 잘 보이지 않아서 조금 슬픕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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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찾아가는게 힘들고, 사실 불편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상생해야만 작가들의 입지도 점점 나아지고,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온라인 구매를 안할수는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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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들은 서점이라기보다는 카페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경쟁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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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것에 대해서도 서점 주인들이 고민이 많더라구요ㅎ 책판매로만 수익을 이어나가고 싶지만, 사실상 책방 주인들의 개인기로 사업이 이어나가고 있다고 쓴걸 봤어요. 큰서점과의 경쟁은 불가피하고, 고민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요즘은 웬만하면 인터넷을 통하는 터라 ^^;
책방 주인이 엄선하는 책들이라... 와닿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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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데 가격적인 메리트까지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요.
그래도 작은책방에 가면 대형서점에서 만날 수 없던 책들과 인연이 생기기도 하더라구요ㅎ

예전에 도서정가제로 작은책방이 타격을 받는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점점 대형화 체인점화 되어가다보니 살아남는게 쉽지 않은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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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말로 살아남는게 쉽지 않은가봐요. 겉으로는 운영이 잘 되는것처럼 보이는 멋진 서점들도 운영이 어려워서 폐업한다는 소식을 종종 들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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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라는 어릴때만 하더라도 동내 서점이 몇개씩 있고 주인분들이 잘 해주시고 소소한 얘기도 했었는데, 어느순간부터는 서점도 별로 없고 또 들어가기 좀 부담스러워진거 같아요.

작은 책방의 가치 또는
책방에서 얻은 경험에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사람들이 작은 책방에서 책을 사게 될 것이다.

너무 공감해요~ 어려운일이지만, 인터넷 서점은 싸고, 대형서점은 눈치도 안 보이고, 카페나 문화시설을 함께 이용할수 있으니 강하게 살아남으셔야 하는데;;;; 자본주의에서 너무 어렵고도 힘든일 일꺼 같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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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대형서점의 쾌적함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어요. 자본과 싸우면 자본이 항상 이기니 말이죠ㅠ
작은책방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저는 얼마안되지만...책구매로 응원하려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