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essay] 관계의 포트폴리오

3년 전
in kr


살면서 무수한 종류와 성질의 관계를 맺다보니, 관계의 거리나 질이 항상 같을 수는 없는 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애초에 나는 온라인 보다 오프라인에 비중을 더 두며 관계를 맺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온라인은 온라인 대로 남겨두는 편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듣고 대화를 나눈 사람과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대체로 온라인은 그냥 온라인의 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언제나 온라인의 관계는 오프라인에서 힘을 가질 수 있는 관계로 치환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나에게 이 점은 무척 조심스럽다. 대체로 온라인 상에서 발현되는 페르소나는 오프라인의 것과 다른 경우가 많기도 하고, 내가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는 제1원칙은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온라인에서 글을 쓰고 소통을 하는 태도와 모습은 오프라인의 모습의 일부분은 반영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상대방에게서 (마음에 드는/들지 않는) 어떤 점을 알아차렸다면, 오프라인에서도 마주한다면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듯, 관계에는 거리와 질이 있고, 이에 따라 우선 순위와 대체가능성(혹은 불가능성)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매기는 이 관계의 순위는, 사실상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나와 추억을 공유하거나 마음에 잘 맞는 가족, 매우 친한 친구들, 그리고 정말로 마음에 들거나 괜찮다고 믿는 몇몇을 제외하면, 왠만한 관계는 대체 가능한 관계가 된다.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A 라는 사람 대신에 A' 이나 A''을 찾을 수도 있다. 이 영향은 삶을 송두리째 바꿀 거대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고 가르쳐주는 것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거래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일을 도모하는 것일 수도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대체가능한 관계를 여럿 만들어두는 것은 개인으로서 상당히 안전한 전략인데, 만약 한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관계로부터 원하는 것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관계 맺음을 분류하는 기준 중 하나는 "수동적"으로 놓임과 "능동적"으로 탐색함인데, 예를 들면 이렇다. 어린 시절,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친구들의 모집단을 완전하게 선택하지 못한다. 모집단 중에서 일부 마음에 드는 집단을 찾아나설 뿐이다. 일터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누구와 일하는지에 관해 완벽히 결정하는 것은 (특히나 고용된 사람으로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관계 맺음은 수동적이다. 한편 자신의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어떤 사람들을 찾아나서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회를 새롭게 만드려고 애쓴다. 관계를 맺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상대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이는 상당히 능동적이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관계 맺음은 수동적에서 능동적인 부분으로 서서히 치환된다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상대방과 교환할 수 있는 어떤 가치를 찾게 되고 잠재적 대상들을 (능동적으로) 찾아나가게 됨으로써, 어떤 마주함에 대해서는 포트폴리오를 고려한 관계를 맺기 마련이고, 나와 상대방 모두 일정 부분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시작한 관계가 깊고 가까운 관계가 되며 대체 불가능한 관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나는 대체불가능한 관계이며,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 나는 대체가능한 관계일 것이기 때문에, 관계 유지에 대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의 관계 맺음은 조금 더 "대체 가능"에 무게를 둔다. 내가 그렇게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성질을 띨 것이다. 온라인에서 어떤 관계가 갑자기 사라져도, 사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다. 마음 한 켠에 안타깝거나 아쉽거나 하는 정도의 마음만을 가질 뿐. 애초에 우리가 가진 "관계의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관계라 그렇다. 만약 오프라인에가 가깝게 지내던 이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무척 상심할 것이다.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속성은 받아들이면서, 관계나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 마음에 편하다.

그렇다면 온라인 관계에서의 대체불가능성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제한된 지점에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걸, 대체 가능성 안의 대체불가능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대체가능한 관계의 큰 범주 안에, 대체불가능한 요소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특성, 취향, 말투, 가치관, 가끔은 오프라인의 배경 같은 것이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결정한다. 이 시선에 따라서 관계의 질과 거리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의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온라인의 관계는 대체 가능한 자산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삶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 안전 지대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이게 참 편하다.
최소한 스팀잇 내에서는 말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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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 갑니다. 팔로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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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면 온과 오프의 문제가 아니라 강요된 환경 속에 억지로 누적되는 시간과 미숙함이라는 그 과거는, 일견 성숙하고 매너있지만 맞지 않으면 언제든 떼어낼 수 있는 성인의 그것과 달라서일지도 모르지요...

오랜 친구라는 게 도움도 안 되고 코드도 안 맞는 경우가 많고 나이 들어 사귄 친구는 급속도로 코드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전자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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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이 들어 사귄 "친구"는 정말로 친구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많은 장애물 (조건)을 넘어야 하기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즈니스 관계라는 것을 어릴 때는 잘 상상하지 못하니까요.

대체가능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바라보곤 합니다. 냉정하고 아쉬운 현실이지만, 모든 관계를 깊이 있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모든 관계가 깊이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온라인은 관계 폭은 넓고
깊이는 좁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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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넓게 유지하는 것도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이라서, 온라인에서도 결국 좁은 지점으로 수렴하곤 합니다. 깊이와 별론으로 하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