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대화클럽 _ 01 I am in!

29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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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본질대화클럽으로 나를 초대했을 때, 그것의 모양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무엇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실제로 주제도 맥락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아무 이야기나 지껄였다. 웃다가 심각해지다가 흥분하고 슬퍼지기도 했다.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렇게 쓰니 목적이나 목표 따위 없는 대화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반대다. 우리는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기나긴 실을 각자 한 줄씩 잡고 한알 한알 구슬을 꿰어가고 있다. 그래. 쏟아진 이야기들 속에서 빛나는 구슬을 골라내어 꿰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주 집요하게. 우리가 고르는 구슬의 색깔과 크기는 매번 다르고, 각자가 붙든 실은 언제나 한 줄이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찾아낸 구슬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실에 꿸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은, 놓치지 않기 위해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실 끝을 꼭 붙들고 버텨온 지난 시간 덕분에 존재한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2018년 가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뽑은 타로카드는 말했다. 원하는 것을 찾는 과정에서 나를 완전히 잃게 될 거라고. 그래야 한다고도 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있었기에 짐짓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은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너의 지난 삶이 무엇이었냐고 물어오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이었다고 언제라도 말할 준비가 되어있다. 고군분투는 대체로 내 마음 안에서만 일어난다. 적절한 비유인지 잘 모르겠지만 수면 위를 우아하게 미끄러지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하게 발을 움직이는 오리랑 비슷하다. 가끔 내가 욕심 없는 사람처럼 보였던 것은 찾아 누리고 싶었던 것이 오로지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욕심낸다고 해서 욕심쟁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니까.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다만 그 욕심은 채울 만큼 채웠다.

요즘엔 나를 잃게 될 거라는 그 말의 뜻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 처음에는 무척 두려웠지만 어느샌가 조금씩 나를 잃는 중이고 동시에 그 자리에 무언가 들어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내려놓고 나서야 겨우 난 자리이기 때문에 함부로 내어줄 수 없다. 나의 삶과 연결하지 않을 거라면, 그저 나를 통과해 흘러갈 거라면, 조금의 마음도 에너지도 쏟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어떤 마법, 어떤 기술, 어떤 향기, 어떤 목소리, 어떤 연주, 또 많은 어떤 무엇이다.

그리고 어떤 대화가 나를 채운다.

Are you in? 하고 물으면 I am in! 을 외치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 나는 확실히 운이 좋은 편이다. 사랑하는 그들은 나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한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대체로 '응원합니다'라는 말을 'I am out' 선언으로 취급한다. 내가 그렇게 괴팍한 인간이다. 보트 위에서 '오또케 오또케' 발을 동동 구르며 물에 빠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 나의 I am in! 이다. 헤엄치는 법을 몰라 함께 허우적거리더라도, 그러다 같이 죽더라도 말이다. 써놓고 나니 극단적이지만 글이 이렇게 튀어나왔기 때문에 그냥 두기로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I am in! 하고 있기에, 나의 성공은 그들의 성공이며, 그들의 성공은 나의 성공이다. 나의 실패는 그들의 실패이며, 그들의 실패는 나의 실패다.

내가 본질대화클럽에 가입하며 외치는 I am in! 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신의 성공은 나의 성공, 나의 성공은 당신의 성공이 될 것이다. 당연히 실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성공과 실패로 규정하느냐는 이제 우리 각자의 몫이다.

과격한 선언문에는 더 과격한 선언문으로 응답하는 것이 인지상정. 이 선언문으로 나 또한 새로운 연재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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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의 시작이라니, 무엇보다 기쁜 소식이네요. 독자1호 확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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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에게 연재의 맛은 마감이죠. 즐겁게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