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회의 부활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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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썸데이TV - 한명회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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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탤런트들이 욕심내는 사극 캐릭터라면 단연 장희빈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정치적 술수로든 성격 탓이든 대단한 변덕을 부리며 조선 왕조 임금들 가운데 최상위급의 왕권을 휘둘렀던 숙종의 여자. 궁녀에서 후궁으로, 후궁에서 왕비로, 다시 폐위돼 후궁으로 돌아갔다가 사약을 받고 죽기까지의 이야기 자체가 극적이거니와 그 캐릭터를 해석할 여지도 많아 방영될 때마다 화제를 낳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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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 역을 맡았던 역대 배우들을 나열해 보면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김지미를 시작으로 남정임,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이소연, 그리고 김태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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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배우들이 탐내는 사극 캐릭터는 태종 이방원이나 이성계, 이순신, 사도세자 등등 굵직굵직한 배역이 많습니다만 가운데 한명회 역도 빠지지 않을 겁니다. 조선왕조 최대의 권신. 수양대군이 권력을 장악한 계유정난의 기획자이자 성삼문 등의 단종 복위 시도를 차단한 주도면밀한 전략가, 딸들을 왕가에 둘씩이나 시집 보내고 죽을 때까지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던 풍운아 칠삭둥이 한명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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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배우들이 한명회 역을 맡았습니다. 순풍산부인과의 오지명 원장님도 <고운임 여의옵고>에서 한명회를 맡아 열연했고 <왕과 비>에서는 최종원이 한명회 역할을 했습니다. 아예 제목부터 <한명회>였던 KBS 드라마에는 당나귀귀를 분장으로 단 이덕화가 등장했고 <왕과 나>에서는 탤런트 김종결이, 1990년 드라마 <파천무>에서는 가수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이 한명회 역을 꿰찼습니다. 주호성은 한명회 역을 콕 찍어서 출연 의사를 밝혔을 만큼 그 배역을 탐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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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파천무>는 1980년 똑같은 배경과 제목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한명회 역을 맡은 배우는 중견 탤런트 이일웅이었습니다. 특수분장으로 눈까지 찌그러뜨려 가면서 못생긴 한명회를 연기하며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그만 몇 회 못가서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당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수양대군의 ‘쿠데타’를 그린 드라마를 못마땅해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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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년 뒤 이 입장은 백팔십도 바뀝니다. 역시 수양대군의 쿠데타와 꾀주머니 한명회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를 되레 정권이 권장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악역으로서의 한명회가 아니라 나름의 확고한 전망과 의지를 가지고 나라의 기틀을 다진 수양대군을 왕위에 앉힌 풍운아 한명회, 칠삭둥이 한명회가 온 나라의 화제로 떠올랐으니까요. 드라마 <설중매>의 한명회가 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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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정진의 한명회를 제가 보았던 한명회 가운데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진이 뜬 뒤 유자광 역으로 변희봉이 혜성과 같이 등장해 “내 손 안에 있소이다.”를 히트시키며 불꽃 튀는 개성들의 연기대결을 벌이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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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한명회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다른 한명회들에 비해 못생긴 칠삭둥이를 잘 소화해서라기보다는 어려서부터 연극으로 다져진 연기력으로 한명회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한명회에 빙의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2016년 6월 2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75세의 나이로 연극 대본을 쥐고 캐스팅을 고민하고 있었다지요. 영원한 한명회 정진의 이야기를 담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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