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유상철 선수의 명복을 빌며

2개월 전
in kr

유상철의 세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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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여자 단일팀은 만리장성 붕괴라는 거대한 성과를 일구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이걸 보면서 누구 못지않게 감동하고 또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1991년 포르투갈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게 될 남북의 청소년 선수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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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운때가 맞은 것이 남과 북은 각각 이 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상태였고 남과 북만 합의하고 FIFA가 승인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FIFA가 남북 단일팀 성사를 반신반의했을만큼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각종 공식적(?) 난관 외에도 우려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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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탁구는 남북 모두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는 능히 꼽히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국제 무대에서 마주치고 안면을 튼 경우도 많았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아직 여드름도 가시지 않은 피끓는, 하지만 철저히 반공 교육과 주체사상 교육을 받고 자라난 청소년들이 쉽게 섞일 수 있을까 걱정은 당연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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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일팀은 이뤄졌고 합동훈련을 거치고 평가전을 치르면서 남과 북의 선수들은 선발의 기쁨과 탈락의 아쉬움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북한에서 전지훈련 중 김일성 초상화를 보고 남측 선수가 ‘김일성이다’ 한 마디 했다가 북측 선수가 포크를 들고 죽여 버리겠다고 대드는 해프닝도 있었고 공도 잘 주지 않는 서먹서먹함도 넘어서야 하긴 했지만 젊은 선수들은 이내 친해졌는데 그 중에 절반은 짐을 싸야 했던 겁니다. 그 비운의 선수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건국대학교 90학번 유상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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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아가 치밀어 울고 있는 유상철에게 북한 선수들이 다가왔다고 한다. “이때 북한 친구들이 유상철에게 다가왔다. 짐을 싸는 그에게 몰래 뱀술을 넣어주며 아무 말 없이 뜨겁게 그를 껴안았다. 그러자 유상철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 유상철을 꼭 껴안은 북한 선수들이 말했다. ‘왜 울고 기러니.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우.’ (김현회 기자, <남과 북 그리고 전설의 팀 코리아>, 스포츠니어스 2014년 6월 24일) 유상철은 이 뱀술을 2014년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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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대표팀에서 탈락해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유상철은 그이후 제게 세 번의 경기로 제 뇌리 깊숙히 그 이름 석 자를 박아 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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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선수 별세 소식을 듣고.... 그 세 경기에 대한 기억을 엮어 보았습니다. 축구 선수 얼굴과 이름을 매칭시키는 일이 거의 없던 아내도 기억하는 몇 안되는 선수. 유상철 선수의 명복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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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아 주셨으며 좋겠습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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