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아픔

지난달
in kr

슬픔과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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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를 보면서 드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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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선생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왕년의 민주노동당 때 주사파쪽 대표였던 이 뭐시기에 맞선 정책위의장 후보로서였다. 그 이전에도 유명했지만 뭐 얼치기 운동권도 아니었던 내가 알 수는 없었고 ..... 어쨌든 '한때는' 이른바 '좌파'의 브레인이자 얼굴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그놈의 '좌파'가 한 몸뚱이인 적이 없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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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사람의 이름이 이런 데에 출몰한다. 심지어 빤스목사와 같이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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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변절'이라는 말 매우 싫어한다. 대체 어디에 '절개'를 지킨다는 것인가.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변할 수 있다. 오히려 한때는 잘 나갔을지 모르나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민중을 위협하는 세력에 매달리는 게 변절이다. 나에게는 이석기 같은 넘이 변절자다. 제 나라 국민 수십만 굶겨죽인 정권에 충성하는 게 변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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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선생은 변절했다기보다 변화했다. 매우 기분 나쁘게. 주사파 하나 제어하지 못하는 한국 '진보'에 넌더리가 날 수도 있고 쥐뿔도 능력 없는 주제에 맑스레닌주의 지금도 주워섬기고 자기들은 이미 다 귀족되고도 남은 주제에 노동자의 생존권 어쩌고 외치고 자빠진 대기업, 언론, 공기업 노동자들의 헛소리가 지겹기도 했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비판적이 될 수도 있다. 근데 아무리 적의 적이 동지라고 스탈린 밉다고 히틀러와 아삼육이 되면 안되지 않는가. 전광훈 같은 넘하고 어울리는 넘이 뭔 자유를 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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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선생과 페친 끊는다. 누가 끊는 거 광고하는 거 아니라고 하던데 이건 해야겠다. 이 포스터에 해명이 있다면 모를까 이건 말이 안되지 않은가. 슬프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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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선생의 경우 슬픔이 아니라 아픔이다. 다행히 김대호라는 작자의 설레발로 허락도 없이 이름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한다..... 실로 다행한 일이지만 저런 쓰레기들 목록에 그 이름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자체가 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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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열사의 시신 부여안고 가자 축전의 도시 평양으로' 라는 그로테스크한 구호를 외치던 임종석 의장님 시절, 주사파들의 그 황당함에 어이가 없어서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 잡고 "평축의 축포 오르는 평양의 밤 흥겨워라" 부르다가 입을 닥쳐 버리던 즈음, 문건으로 '주체사상 비판'을 접했다. 행여 검문에 걸릴까봐 가방 깊숙이 숨기고 집으로 간 그 문건을 거의 밤새 읽었다. 그날의 문건 속 글자들이 영화 속 타이트샷처럼 떠오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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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건의 작성자들 중에 진중권 선생과 조국 전 장관이 포함돼 있다고 들었다. 조국 전 장관의 문체는 잘 모르겠지만 진중권 선생의 문체는 핏자국 찍힌 지문처럼 선명하다. <내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읽다가 "이건 그때 그 사람이다."라고 소리를 질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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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밤의 주필 시절부터 그 이후 오랜 세월, 진중권 선생은 훌륭한 논객이었고 그 인성은 모르겠으나 논리와 팩트면에서 그만한 사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 사람이 우리 편(?)이니 망정이지 행여 적이 되면 정말로 곤란하고 아플 것 같다고 지레 가슴을 쓸어내렸던 적이 많다. 그가 석사든 박사든 모르겠고 전공인 미학의 학문적 성취 여부는 관심없다. 하여간 그는 멋진 논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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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가 '폭주'하는 모습에 적잖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나는 그에게 퍼부어지는 비난과 욕설이 마땅하지 않았다. 팩트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저 비난을 위한 비난, 딱지를 위한 딱지가 너무 심하게 난무한 탓이다. NLL 문제였던가 변희재한테 망신당했듯 팩트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창을 꽂으면 될 텐데 그걸 시도한 사람은 없었다. 그저 "저쪽을 이롭게 하니 너도 나쁜 놈" 수준의 발길질만 난무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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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종주먹질은 폭주에 기름을 부었고 발길질은 악셀을 밟은 것 같다. 그래도 폭주는 본인의 책임이겠지만. 진중권 선생이 류석춘이 사회 보고 전광훈이 격려하는 토론회의 발제자로 거론되는 상황은 솔직히 꿈에도 상상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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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갈라치지는 않겠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걸 막는 다리가 있을 뿐. 주대환이나 진중권을 저주하고 증오하고 미워하고 욕설을 퍼붓고 끊어버리는 것이야 초딩들도 할 수 있다. 아니 초딩들이 잘하는 짓이다. 한 번 톺아 보아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그들의 '변화' 과정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반성해야 할 것과 돌아봐야 할 일은 없는지. 상한 음식을 버리는 건 쉽다. 그런데 더 이상 안상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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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나는 진중권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그를 '진석사'로 욕하는 쪽이 우리 민주주의에 더 해롭다고 생각한다. 진중권에게 실망할 수는 있겠으나 진중권이 비판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진중권의 이름이..... 저런 쓰레기 포스터에 올라갈 수도 있겠지. 뭐 지금도 그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겠으나 나는 그 사실이 생각만 해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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