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카모메 식당, 2006 >

3년 전

<본 리뷰는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갈매기들에게 필요한 따뜻한 육지를 찾아서"

내가 오랜만에 쓰는 영화 리뷰에서
2006년에 개봉한 이 영화를 꺼내든 것은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서다.

'리틀 포레스트', '심야 식당',
'바닷 마을 다이어리' 등에서
느껴지는 일상의 소중함은
일본 작품들이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상 이야기를
담백하고 잔잔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예술적 감수성'
다른 나라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특징적인 부분이다.

오늘 소개할 '카모메 식당' 역시
이 예술적 감수성을 아주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갈매기'다.

영화의 배경이 된 핀란드 헬싱키에
갈매기가 많기 때문에 카모메 식당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인 사치에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1년에 두 번씩 싸준
주먹밥으로 사랑을 느끼며 살아왔다.

친구가 거의 없는 '토미'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
눈을 감고 핀란드를 골랐다는 '미도리'
오랜 시간 부모님을 간병하느라
자신의 시간이 없었던 '마사코'가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갈매기는 육지로부터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등장인물들에게는
육지가 필요하다.

영화에서는 카모메 식당이라는
장소가 그들에게 육지가 된다.


식당 주인인 사치에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다.
자신의 첫 손님 토미가 자신에게 '독수리 오 형제' 노래의
가사를 묻자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서까지
그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이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인 미도리에게 밥을 주고,
자신의 식당에서 거창한 일본 음식보다는
소박한 주먹밥을 팔기 원한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팔기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제공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사치에의 마음이
손님들에게 점점 전해지는 이야기가
바로 카모메 식당의 전체 플롯이다.


세상 어디에 있어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워요.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세상 모든 사람은 똑같고,
세상일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의미다.

'무민'에서 스너프킨과 리틀 미이가
가족관계였던 것이 드러난 것처럼
사치에 와 미도리가 같이 일하게 되는 것 역시
알 수 없었던 세상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카모메 식당을 비웃던
아주머니 3명이 가게에 들어오게 된 일이나,
가게 밖에서 사치에를 째려보던
여자와 친해지게 된 일 모두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치에는 그저 그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일상을 전하는 음식을 만들면서
그들 마음의 문을 두드렸을 뿐이다.

이런 사치에의 따뜻한 마음이
점점 퍼지게 되면서 가게에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다르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나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면
언젠가는 알아준다는 의미다.


카모메 식당은 모든 상처 입은 이들에게
'숲'이 되어주었다.

핀란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여유로운지 모르겠다는
마사코의 말에 토미는 숲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마사코는 곧바로 숲으로 달려가
버섯을 캐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토미가 말하고자 하는 숲은
현실에서의 숲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사코가 애써 딴 버섯들을 잃어버렸던 것은
그 버섯들이 진정한 휴식이나, 안정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토미가 말하고자 하는 숲은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장소라는 것을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마사코는 깨닫는다.
그리고는 카모메 식당으로 돌아와
다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영화 초반에 사치에 가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료로 주먹밥을 만들어보았지만
맛이 없었던 것은 핀란드 사람들의 숲과
사치에의 숲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주먹밥과 핀란드의 순록고기의 결합처럼
가짜 숲들의 결합으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 핀란드어를 하지 못하는
마사코와 핀란드 여자가 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마음 전하기

결국, 일본과 핀란드에서 모두 통할 법한
평범한 일상을 전하고 싶다는
사치에의 진심은 전해졌다.

그녀는 억지로 핀란드 식으로 요리하지도
않았고, 초밥과 같이 유명한 일식을
요리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요리와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행동으로 그들에게 다가갔을 뿐이다.

짐을 찾아 핀란드를 떠나려고 마음먹었던 마사코는
낯선 사람에게 고양이를 받았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핀란드에 남기로 한다.

그러나 이 남자는 미도리가 '숲'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고 있을 때 미도리 주변을 맴돌던 남자다.
방황하는 갈매기가 숲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사치에가 '코피 루왁'이라는
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을 외우자
같은 원두를 사용하던 커피의 맛이 변했다.

다시 한 번 마음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녀의 주먹밥은 핀란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주먹밥이
뛰어나게 맛있어서라기보다는
주먹밥을 통해 그녀의 마음이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전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육체와 영혼에 영양을
불어 넣는다.

핀란드 사람들이 여유롭고 행복한
이유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카모메 식당은 오늘날 우리에게
일상의 행복이라는 교훈을 준다.

비싼 음식을 먹고 비싼 사치품으로
자신을 치장하기보다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하나의 주먹밥이다.

일상의 휴식을 선물해주는 카모메 식당처럼
커피 한 잔과 시나몬 롤을 주문할 수
있는 장소를 모두가 하나씩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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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밖에서 이야기하던 할머니 3인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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