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서치(Searching), 2018) >

3년 전

<본 리뷰는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짜와 살아간다는 것"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할 무렵
"대학교 친구들은 다 가짜야"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학교 친구들은 중, 고등학교 친구와 달리
이해관계를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에
진짜 친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사람 나름이고, 상황 나름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었던 나지만
그 이야기 때문인지 대학교 입학한 직후에는
친구들에게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거 같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가짜'들과 함께 살아간다.
SNS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있고, 일 년에 한번 전화할까 말까 하는
친구들이 전화번호부 속에 많기도 하다.

그렇듯 온라인에서는 친구의 계정에
'좋아요'를 남발하다가 우연히라도
거리에서 마주치면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넬 뿐이다.

이쯤 되면 갑자기 왜 글 도입부부터
인간관계의 허무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가라앉히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오늘 다루게 될 '서치'라는 영화가
'진짜'와 '가짜'의 경계선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진짜와 가짜, 현실과
인터넷 세상 속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서치를 살펴보도록 하자.


"진짜 현실"

평소와 다름없이 딸과 통화를 이어가는 데이빗은
스터디 그룹에서 밤새 공부를 한다던 자신의 딸 마고가
다음 날부터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데이빗은 실종된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SNS를 통해 그녀의 행적을 추적한다.

기본적인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
여기까지만 보면 SNS를 이용한다는 점만 독특하지,
여느 스릴러 무비와 같은 이야기 구조로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가 유사한 소재의 다른 영화와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대목은 '현실성'이다.
서치에서는 딸을 찾기 위해 SNS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리암 니슨 아저씨가 나와서 자신의 딸을 잡아 간
악당들을 총으로 멋있게 처리하는 '테이큰'이나
특수요원 출신 전당포 아저씨가 등장하는 '아저씨'와는 다르다.

서치 속 아버지는 리암 니슨 아저씨처럼 전직 특수요원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딸의 SNS 비밀번호조차 알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아버지다.

경찰에 신고하고, 딸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데이빗이라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진짜 현실을 강조한다.
(사실 진짜 현실이라는 말은 조금 모순적이다.
가짜인 현실이 있을까? 그러나 현실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 자체가 실제로는 허구라는 점에서 여기에서는
진짜 현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한다.)


"진짜와 가짜의 세상"

앞서 SNS 속 인간관계의 허무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서치에서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 허무함과도 관계 깊다.
'데이빗'은 딸이 한참 전에 피아노 레슨을
그만둔 것도 알지 못하는 아버지였다.

그는 딸이 없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딸의 친구가 누군지 궁금해하기 시작하고,
딸이 학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냈는지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마고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부분만 파악할 수 있었던
'SNS형' 아버지였던 거다.

우리가 SNS 속 친구들을 가짜 친구라고
규정한다면, 데이빗 역시 마고의
가짜 아버지였음을 알 수 있다.

데이빗이 마고의 SNS 속 친구들에게 화를 내는 것은
사실 딸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원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마고에게 음식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마고의 친구 한 명 한 명 상세하게 기록해 놓은
마고의 엄마 '파멜라'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그녀는 마고의 '진짜 엄마'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어쩌면 마고는 진짜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모자란 사랑을 채우기 위해서 SNS에 열중했는지 모른다.

진짜 세상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떠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가짜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그 기록을 영원히 남기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고의 바람과는 달리
마고의 페이스북에는 289명의 친구가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진짜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다.

마고가 느꼈을 상실감은, 가짜 아버지 데이빗도
채워주지 못했고, 결국 고통은 깊어져만 갔다.


"가짜 세상과 관객"

이 영화는 가짜 아버지였던 데이빗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를 보다 보면 특이한 점이 보이는데
그것은 소위 '떡밥'이라고 불리는 복선을
많이 남긴다는 점이다.

마고를 죽였다고 거짓 자백하는 범죄자는
25분에 처음 등장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형사의 얼굴에만 집중해서
이 범죄자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감독은 관객들이 이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듯
당당하게 클로즈업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마고를 절벽으로 밀어버린 진짜 범인 로버트 역시
영화 진행 도중 모습을 드러낸다.
로버트는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플롯의 흐름에 몰두한 관객들은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이러한 장치들은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가짜 아버지였던
데이빗을 마음속으로 비판하면서
등장인물의 얼굴을 유심히 보지 않는다.
이는 나와는 관계없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시 마고와 데이빗이 처한 현실을
가짜 세계라고 인식한다는 의미다.
그들의 상황이 어떻든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무심하게 지나쳐버린다는 뜻이다.

이는 영화 속에서의 마고 친구들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온라인 속에서는 마고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마고에게 별 관심을
주지 않았던 이들이다.

영화 속에서의 친구들과 영화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는 관객 모두
마고의 상황에 대해 '타자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말하자면 우리도 마고의 가짜 친구다.

또 영화 속에서는 플롯 구조를 통해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혼란을 준다. 영화 <비밀은 없다> 나
<곡성>처럼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마고 스스로가 가출한 것인지 의심을 품게 되고
스토리가 전개 됨에 따라 '데렉', 자신의 동생 '피터',
fish N Chips라는 아이디를 쓰는 여자까지, 인물에 대한
감정이 계속 변화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마치 '모든 것을 의심하라'라는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경찰은 범인일 리가 없다는 점도 관객을 방심하게 하는 요소다.


"연출"

올해 채널A PD 시험에 서치의 영상문법과
스토리텔링에 대해 기술하라는 문제가 나온 만큼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연출이다.

윈도우 기본 배경화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등장인물의 얼굴을 카메라로 직접 비추지 않고
페이스 타임 속 얼굴이나,
맥북 화면에 보이는 모습으로 전개를 이어간다.

또 대부분의 영상들이 인물 중심이기보다는
컴퓨터 화면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얼굴이 나와야 할 경우에는
뉴스 속에서 사람을 조명하기도 하고,
CCTV를 통해 등장하는 식이다.

즉, 영화 속에서 우리가 진짜로
등장인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없다.

물론 '카메라' 역시 렌즈를 통해
비치는 가짜 화면이지만
서치 속 영상은 가짜를 가짜로 다시
찍은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SNS 속 현실이 어느 정도 구성된
그림인 것처럼 서치에서 나오는
모니터 속 화면도 가짜라는 의미다.

연출 방식은 참으로 새롭다.
서치에서는 기존 영상 문법과 달리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데에도
컴퓨터 화면을 사용한다.

어린 시절의 영상들을 보여주거나
PC의 일정 알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
스토리 진행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시간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는 점에서
이 연출 방식은 꽤나 혁신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행에 어색하지 않다.

또 오랜 시간 아내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바이러스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보여주는 연출은 매우 참신하다.

기존 영화에서는 아내의 무덤에 찾아간다거나,
빛바랜 아내의 사진을 꺼내보는 등의
연출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앞으로 더욱 다양한 영상 문법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복잡한 심경을 얼굴 표정 대신
바탕화면에 있는 어지러운
아이콘들로 보여주는 장면
역시 인상 깊다.


"엔딩"

결국 평범한 아버지의 사랑은 딸을 찾아내고
절벽에서부터 딸을 구조하는 데 성공한다.

잘못된 사랑의 방식과, 왜곡된 어머니의
사랑 역시 처벌을 받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에서 마고는 한 음악 대학교에 원서를 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피아노를 싫어하게 된
마고가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음악 대학교에 원서를
기다리는 마고가 마지막에 노트북을 종료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자신과 아버지가 나온 사진을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지정하고, 결국 노트북을 종료한다.

가짜를 의미하는 노트북을 종료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마무리했다는 것은 가짜 아버지 데이빗과
마고가 이제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엔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짜와 가짜'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을 통해
영화를 감상했지만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다시 본다면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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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봤던 영화입니다. 더불어 맥북 홍보영상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이더군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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