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먹지 않는가 (feat. 문화인류학)

4개월 전

먹는 것으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표현하거나 비하하는 말은 전세계적으로 여기저기 존재한다. 그만큼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원초적인 행위라서 일테다. 나 역시 티베트 사람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듣는 말이 있었다. 한국사람들은 왜 개를 먹냐, 일본에선 왜 그렇게 많은 사시미를 먹냐. 또 그 이야기인가,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나보다도 더 자주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심지어 스님들 조차도 고기를 먹기 때문에 처음에는 왜 저리도 비난의 눈빛을 보내는 건가 의아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고기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이 우리의 식습관에 대해서 왈가불가 하는 이유는 고기의 종류가 아니라 살생의 횟수와 관련이 있다. 특히 생선을 먹는 것에 대해 가장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였는데 그들은 일단 해산물은 '벌레'로 생각하기 때문에 애초에 먹지 않는다(새우같은건 경악을 할 정도다). 그와 더불어 살생은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선같이 작은 생명을 죽이면 결국 한 사람밖에 못먹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도록 야크나 소처럼 커다란 생명을 살생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들에게 육수를 내기 위해 멸치 수백마리를 살생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티베트 사람 중에도 닭고기를 매일 사먹는 이들이 있고, 회를 맛있게 먹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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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머튼

이렇듯 사람이 무엇을 먹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는 문화인류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마이다. 인간에게 있어 먹는다는 행위는 자연적이고 생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물론 살고 있는 자연환경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죽지 않기 위해 먹지만, 그와 동시에 언어의 문제이고 문화의 문제이다. 식자재를 얻는 방법, 식사예절, 터부시되는 식자재, 요리법, 잔반처리 등 먹는다는 행위에는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며 이 모든 것들은 문화적인 가치관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다. 하랄마크나 코셔 인증마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 것도 단순히 재료만이 아니라 도축법이나 조리법도 문화마다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테다.

영국의 인류학자 에드먼드 리치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1.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정상적인 식사의 일부로서 섭취되는 것
  2. 먹을 수 있는 것으로는 인식하지만 금지 되거나 특별한 의식을 행해야 지만 먹을 수 있는 것.
  3. 문화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전혀 인식은 하지 않지만 식용가능 한 것.

먹는 행위로 타인을 판단한다는 것은 어떤 집단에게 있어 (2)와 (3)이 다른 집단에서는 (1)로 분류될 때 종종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누구와 먹는지도 중요한 테마인데, 한국어에도 '식구'라는 말이 있듯이 먹는다는 행위는 가족이나 다름 없는 사람들과 행해지는 행위중 하나이다. 나는 인도에서 길을 가다가 친구 몇명과 사과를 나누어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다른 친구로부터 남자친구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일본에도 "같은 솥의 밥을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고, 말레이 사람들에게 쌀이란 힘을 뜻하는 것과 동시에 피의 근원이기 때문에 쌀을 같이 먹음으로써 가족간의 유대가 강해진다. 아시아권에서는 밥을 짓는 가마와 가족이 동일시 되는 경우가 종종 보일정도로 먹는다는 행위는 상징적이다. 그와 반대로 미크로네시아의 얍 (Yap island)에서는 부부와 식사는 따로 조리되고 식사도 따로 하며, 대만 원주민인 타오족 사람들은 부부가 함께 식사는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생선이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관계와 먹는다는 행위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다 보면 인간관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실체로서의 인간관계가 있고 그 관계로 인해 함께 먹는 행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배분이나 함께 먹는 행위로 인해 가족관계라던가 신뢰감, 친구관계, 성적인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다른 곳의 문화를 설명해줄 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이 바로 먹는다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면 가장 먼저 다름을 느끼는 것이 음식일테고 다짜고짜 장례문화나 젠더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먹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이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에 니카라과의 바다거북이 먹는 영상을 보여줬다가, 징그러운거는 틀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학생의 코멘트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영상을 보여줘야 할지, 수업 준비보다 영상 찾는게 더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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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함께 먹는 행위"가 참 힘이 셉니다. 어떻게보면 함께 먹는 행위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서 가장 본연의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뜬금없지만 3번과 관련해서 인도에서는 왜 소를 먹지 않나 하는게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글이 있네요. 이것도 재미있게 읽어서 소개해드립니다. ^^
https://brunch.co.kr/@dootan/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