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공포

3개월 전

난민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면 매년 같은 반응을 보게 된다. 난민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난민을 단순히 "불쌍한 사람들"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그리는 각종 캠페인을 보며 자란 이들이기에 난민도 나름대로 삶이 있으며, 문화를 영위하고,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에 놀라는 학생들이 많다. 난민이 된 그들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다는 것일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자기 나라에 오는 것에 대한 공포와 난민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부담이 되고 그건 고스란히 자기들의 몫이라고, 그래서 쉽사리 난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게 어렵다고한다.

항상 이렇다. 국가의 부담과 치안의 문제.

도대체 사람들은 난민을 받아들임으로써 국가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쓴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국경 밖에 일어나는 난민 문제에는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며 물자지원을 해오면서, 정작 국경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난민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난민신청을 하고, 난민으로 인정받는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인정을 받았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고작 정착금과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받을 뿐이다. 물론 일을 시작하면 세금도 낸다. 이게 그렇게 큰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일본은 세계 곳곳에 있는 난민캠프에 자신의 국기를 내세우며 다양한 후원을 하고 있다. 학교를 세우고, 우물을 파고, 병원을 세운다.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으로 인정되는 사례는 극소수이며, 많은 국민들도 난민들을 받아들이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느낀다.

자기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이 시대에 난민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서워하는 이유를 나는 사실 잘 이해를 못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불법체류자가 살인을 저지른 것 마냥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난민신청을 한 이들이 난민으로 인정되지 못하면, 자연스레 불법체류자가 된다. 난민과 불법체류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자신의 체류를 합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뿐이다. 난민은 불쌍하니까 도와줘야 한다고, 그것이 윤리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잠정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결국은 정체 모를 사람에 대한 공포. 이건 모든 근대국가의 역사이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 그 역사를 시작했다는 사실과도 연관된다. 외국인에 대한 이동규제가 이렇게 심해진 것은 사실 19세기 때이며, 국가의 관리가 어려운 집시, 부랑자 등의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법이 많은 나라에 존재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것은 정착민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누군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규정짓는 것과도 연결된다.

트럼프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며 내세운 논리 중의 하나도 "we don't know who they are"였다.

전쟁이나 분쟁은 언제든 있어왔다. 전쟁이 사라지면, 분쟁이 사라지면 난민 또한 사라지겠지만, 그게 그리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진 않다. 사람은 언제나 이동하며 살아왔고, 난민의 문제는 결국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국가가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권리, 그 곳에서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권리만 주더라도 많은 난민들이 힘든 상황에서 벗어 날 수 있을텐데,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가가 그런 법률을 개정할 것 같지도 않다. 아주 아주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난민조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인도가 티베트 난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난민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거주와 교육과 이동과 노동의 권리를 준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새삼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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