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17 이탈리아 - 재회, 입장이 바뀌어 | 이스탄불에서의 손님이 로마에서는 호스텔 스텝

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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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입장이 바뀌어

2011년 12월 7일





예전에 이스탄불에 있었을 때다.
6달동안 자르지도 않아 사자 갈기마냥 머리를 휘날리면서 호스텔 사장 대행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손님들 중에 국내 메이저 항공사 지상직 누나가 있었다.
그 누나는 정말이지 당시 나와 같은 삶은 정말 부러워했었다.

“나도 너처럼 호스텔에서 사람들하고 놀면서 돈 한 번 벌어보고 싶다야~!”

내가 어떻게 이곳으로 흘러들어와 사장 대행까지 하는지 알고 나서부터는
정말 제대로 호스텔 일자리를 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일이 사람들하고 놀기 좋은 일자리인 줄 안 걸까?
희한하게 이 호스텔이나 그렇지, 다른 곳에 가면 정말 일만 죽어라 할 텐데 말이다.
나처럼 대책없이 오래 있는 게 아닌 이상 일자리를 잘 안 주려 할텐데...








그런데 그 사이에 로마에 한 한인 민박집에 이력서 넣고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하신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까지 하신 걸 보고
보통 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터키를 한 바퀴 도는 동안 그 누나가 그 곳에 덜컥 취직해버린 것이다!




로마로 가셨다고 한다. 행운이다.
내 여행의 마지막을 여행지에서 일하는 사람과 할 수 있다니.
내가 이스탄불에서 이것저것 알려줬던 것 마냥 로마에서도 이것저것 배울 수 있겠다.
시행착오 줄이고 관광지 바가지도 덜 쓰겠다.
매우 편리한 여행이 될 것 같다.

도착 시간만 알려 주면 바로 픽업 나온다고 했다.
그것만 철썩 믿고 서 있다가 20분이나 늦게 나오셨다. 망부석이 되기 직전에.
공항에서 온 손님과 같이 픽업해 가려고 했는데, 하도 안 오셔서 그냥 날 데리려 오셨단다.








그날 본 누나는 여행자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은, 그저 현지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 같았다.
그렇다고 이탈리아 사람 같다는 건 아니다.
코리아타운이 있다면, 거기에서 나온 것 같다고 할까?

떼르미니 역 뒤편은 여기가 이탈리아인지, 중국인지 알 수가 없었다.
중국 간판의 홍수였다. 이 곳 한가운데 민박집이 있다고 한다.
누나를 보자마자 코리아타운을 느낀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일 주일만에 벌써 이 분위기에 녹아들었다니.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좁아터진 현관에, 신발 놓을 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풍경이었다.
가정집에서 하는 민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간신히 틈을 찾아 집 안으로 오면 할머니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는 분이 계신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뽀글뽀글 파마를 한, 그런 모습은 아니다.
생머리를 모두 뒤로 넘겨 둥글게 묶은 머리다.
비녀까지 있었다면 궁녀 머리를 완성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패션도 시골에서 보이는 할머니 패션이다.
하지만 뿜어나오는 아우라는 할머니의 기운이 아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나이는 이제 50을 갓 넘으셨단다.
그저 젊어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셔서 노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이라 한다.
할머니라고 하면 안 되겠다. 이모라고 해야겠다.

그 분의 첫 마디는 매우 강력했다.

“누구여?”

“...예?”

곧바로 몸이 바로 굳는다.
손님 하나하나가 돈이 되는 서비스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사가 튀어나오니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욕쟁이 할머니가 따로 없다.

민박집에 들어와서 손님이 아닌 불청객 취급을 받는 건 여기가 처음이다.
누나가 나의 대변인이 되어 준다.

“아~ 저번에 터키에서 만났다는 친구 있잖아요~. 이제 다시 여행한다고 해서...”

“아.. 네 손님이야? 어서와.”

날 당황시킨 것에 비해선 검문소는 간단하게 통과했다.




콜로세움 앞 광장





방학도 아닌데 방이 만원이다.
이곳이 얼마나 잘 나가는 곳인지 말해준다 할 수 있겠다.
내 방보다 조금 넓은 공간에 8명이 묵는다.

거기에 남자 특유의 ‘정리 되지 않아 보이는 정리’ 덕에 방의 꼴이 말이 아니다.
빨래 사이사이를 넘고 넘어야 내 침대에 들어갈 수 있따.








로마 4대 젤라또 중 하나, 파씨. 리조와 피스타치오









짐을 던져놓고 숨을 고르자마자 사람들이 젤라또 먹으러 가자고 해서 얼떨결에 같이 나왔다.
이 숙소 주변엔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로마 4대 젤라또’ 집 중 하나인 ‘파씨’가 있다.
하지만 애초에 인간 성분이 부정적인 본인은, 맛있어야 얼마나 맛있겠냐는 생각만 난다.
우리가 맛집이라고 하는 것 치고 맛있는 걸 못 봤다고.
젤라또라 하지만 어차피 아이스크림 아니냐고.

명성은 꽤 자자한가 보다.
가게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줄도 꽤 길게 서 있다.
관광객 반, 현지인 반으로 보인다.
현지인이 반이나 되는 걸 봐선 정말 맛집임은 틀림없나 보다.

줄을 헤쳐 나가다 보면 눈앞에 수십가지 아이스크림이 펼쳐진다.
맛 고르기는 어렵지 않다.
베스킨라빈스같이 맛에다가 ‘엄마는 외계인’같은 이름은 쓰지 않고,
오로지 주재료를 맛 이름으로 붙였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을 퍼 주는 곳에는 마른 사람, 푸근한 사람, 두 분이 계시다.
푸근하신 분에게 가면 한국어 인사도 들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영어도 통하여 영어로 재료를 고를 수도 있다.
마른 분에게 가면 시종일관 뚱해있는 얼굴 때문에 퍼주는 양까지도 박해 보인다.
뭐, 어찌되었든 한 번 발을 담그면
매일 밤 찾을 수밖에 없는 강력한 마성을 지니고 있다는 건 변함없다.








입에 젤라또 하나씩 물면 다음에는 밤에 마실 알콜과 주전부리를 마련하면 된다.
마트가 뗴르미니 역 지하에 있다고 해서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역이 너무 크다.
역 안에서만도 걸어서 10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그렇게 고생해서 가면 환상적인 와인 가격이 펼쳐져 있다.
와인은 비싼 술인 줄로만 알았는데, 1유로도 안 하는 와인이 수두룩하다.
꽤 먹을 만한 와인도 5유로 이내로 살 수 있다.
평균 2.5유로 정도 하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먹어본 3만원짜리 와인보다 훨씬 맛난다.








주전부리들을 들고 낑낑대며 들어가면,
할머니와는 다른 은은한 아우라를 풍기시는 분이 우리를 반긴다.
사장님이다.

“저기, 처음 오신거죠?”

“네, 오늘 들어왔는데요?”

민박집 매우 오래 하신 것 같다.
몰려들어오는 사람 가운데 오늘 들어온 사람을 정확하게 짚어내다니 말이다.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그럭저럭 하신다.
다만, 수염을 기르신 것 때문에 약간은 일본인 인상같기도 하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참 친절한 인상을 풍겼다.
게다가 나도 호스텔을 운영했던 적이 있어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통했다.
특히 진상 손님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영혼까지도 공감했다.

이 정도 신뢰와 공감을 쌓았으면 사장님 인터뷰 시간이다.
민박을 열게 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어쩌다가 민박을 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원래는 가이드였어. 가이드 한 7년 했었지.
내가 뛰어들었을 땐 딱 이 관광산업 호황기였어.
돈 모이는 속도가 장난 아니었지.
가이드는 얼마 없고, 여행 오는 사람들은 넘쳐나니깐
한 달에 통장에 천 넘게 꽂혔던 것 같아.
근데, 문제가 쉽게 들어오니까 쉽게 나가.
한 때 여자에 빠져서 이것저것 선물을 사다주다보니 돈이 쌓이질 않아.
그러다가 지금 와이프가 여행을 왔고, 그 때 꽂혀서 이것저것 사다주느라 더 쓴 것 같아.”

“여행 온 분을 무슨 수로 잡아요?”

“어이쿠, 말도 마. 와이프 꼬시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가져다 바친 게 얼마고, 먹인 게 얼마고, 사귀어달라 결혼해달라 다 무릎 꿇고 빌었다, 빌었어.
아무튼, 결혼해서 살림 차리고 보니 가이드는 너무 많아졌어.
이제 가이드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어.
자전거나라같은 기업형 가이드 업체만 벌리고 개인 업자는 쪽박차기 딱 좋지.
그러다보니깐 민박업이 보이는거야.”

“그러면 이모는 어떻게 알고 하셨어요?”

“원래 가이드 하면서 알고 있던 분이셨어.
나한테 일이 떨어지면 숙박은 이 분이 하는 곳으로 넘겼지.
그러다가 내가 민박 한다고 하니깐 같이 하자고 하신거고.”

이모께서 오셔서 한 마디 거드신다.

“내가 사장님을 안 지 10년이 넘었어. 정말 착실한 사람이야.
나 혼자 민박 운영하기 힘들었는데 마침 (민박) 한다고 하니깐 바로 같이 하자고 했지.”

“계속 일만 하시던 것 같은데 힘들지 않아요?”

“대신 사장님은 돈 관리, 가이드, 손님 유치로 돈 벌어 오시잖아.”

“돈관리요? 사장님이 다 하세요?”

“그럼. 내가 하면 어디선가 돈이 줄줄 새더라고.
안 그래도 내가 민박집 할 때 원가 관리가 안 되어서 고생 많이 해서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잘 되었지. 아예 돈은 사장님한테 맡기는 게 속 편혀.”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가 쌓아온 신뢰가 몇 년인데?
내가 몇 년을 봐왔는데 절대 돈 떼먹고 도망갈 사람은 아녀!”




점점 이 집에 정이 들어간다. 주거침입 같았던 첫 인상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었다.








뭔가 높은 곳에서 보는 로마 시내





언제 가도 장사 끝장나게 잘 되는 뜨레비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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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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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여행지 정보
● 이탈리아 로마
● 이탈리아 로마 Via Principe Eugenio, Gelateria Fassi



[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17 이탈리아 - 재회, 입장이 바뀌어 | 이스탄불에서의 손님이 로마에서는 호스텔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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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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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  작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대로 한편의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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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극찬이군요! 감사합니다 ㅜㅜ (사실 책 분량은 이미 넘어갔고.. 가지치기가 필요합니다)

여행기 정말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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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ㅜㅜ 이제 몇 편 안 남았는데 자주 와 주세요 ㅎㅎ

새상은 인연의 고리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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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좁고.. 어디서 만날 지 모르고..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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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세상 너무 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