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onth in Glenellen│글렌 엘렌에서의 한 달 (2)─버림 받은 새끼양 돌보기

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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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첫만남> 읽기


 사람처럼 양도 성별과 나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 태어난 뒤 1년이 지나지 않은 새끼양은 램(lamb), 태어난 지 1년에서 2년 미만이며 젖을 때고 처음 털을 깎기 전의 청소년 양은 호겟(hogget), 임신할 수 있는 암양은 유(ewe), 거세되지 않은 숫양은 램(ram), 거세된 숫양은 웨더(wether)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유는 60퍼센트의 확률로 쌍둥이를 임신하고, 20퍼센트의 확률로 단 한 마리를 임신하며 18퍼센트의 확률로 세 쌍둥이를 임신하고, 2퍼센트의 확률로 그보다 더 많은 양을 임신하거나 아예 임신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새끼는 어미 뱃속에 70일가량을 살다가 나오기 때문에 겨울 시기에 맞추어 교미를 시키고 유들이 임신해 있는 동안 방목지의 환경을 조성한다.


 울타리 안에 양들을 풀어놓는 방목장은 패닥(paddock)이라 부른다. 보통은 어미양과 새끼양이 무리 지어 함께 몰려다닌다. 양유가 충분히 생산되는 어미는 세 쌍둥이도 거뜬히 키워낼 수 있지만, 제한된 양유만 생산하는 어미는 어쩔 수 없이 건강한 새끼양만을 거두어들인다. 젖을 제대로 먹지 못한 새끼양은 허약해지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밑이나 은신처를 찾는다. 엄마로부터 떨어진 새끼양들 뿐만 아니라 건강이 악화된 어른 양들도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은신처를 찾는다. 그래서 방목지의 양들을 점검할 때는 큰 나무 아래나 울타리 근처를 우선적으로 살핀다.


 농장 안에 마련된 집 근처 방목지에는 고아 양(orphan lamb)들이 스무 마리 정도 살고 있다.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사람이 직접 먹여서 길러내야 한다. 농장에서 맞이한 첫 아침은 이 새끼양들을 먹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전 6시 45분, 알람이 울리자마자 잠이 깬다. 첫 농장 생활이라 약간의 긴장을 하고 잠이 들었기에 생각보다 쉽게 눈이 떠진다. 기온이 뚝 떨어져 싸늘하기는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굿모닝, 제인!" 부엌으로 나가니 브리짓과 하위가 인사를 건넨다. 검은 개 인디도 눈을 꿈뻑이며 먹을 게 생기길 기다리고 있고 웬디는 벌써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있다. 부엌에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차 티백이 충분하게 구비되어 있다. 부엌이 익숙하지 않은 첫날 아침은 커피 한 잔에 바나나 하나만 먹기로 한다. 정확히 오전 7시에 새끼양을 먹여야 해서 미리 양유를 준비해야 한단다. 반쯤 먹은 바나나를 입에 욱여넣고 웬디를 따라나선다.


 "새끼양들 먹이러 갈 때 산책을 시킬 겸 인디를 데려가면 좋아요."


 인디-! 하고 부르자 바닥에 엎어져 있던 인디가 신이 나서 달려온다. 큰 개와 일상을 같이 하는 것도, 농장 생활도 모든 게 낯설고 처음이다. 그 어느 것에도 선지식과 선경험이 없으니 첫날부터 적응하기 위해 웬디의 설명을 들으며 부지런히 그녀의 행동을 눈에 담는다. 그냥 물에 분말을 섞으면 되는 게 아니라 꽤 신중한 제조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이것만 유의하면 된다. ①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양은 뜨거운 물만 사용해서 양유를 만들 것. 그리고 ②태어난 지 2주 이상된 보통의 새끼양에게는 찬물발효 요거트를 섞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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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새끼양(태어난 지 2주 이상)



  • 13마리~14마리 기준으로 6L의 양유를 먹인다. 한 마리당 약 460ml의 양유를 먹는다고 보면 된다.



①눈금이 그려진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물 1L - 1.5L 붓기
: 뜨거운 물은 분말을 녹이는 용도라서 굳이 정확한 양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②만들어야 하는 양유 1L당 리플레이서(분유) 1컵 넣기
: 6L면 6컵, 한 컵당 250g 정도



③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 지그재그 방향으로 잘 젓기
: 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힘 있게 골고루 저어야 한다.



④발효된 요거트 1L - 1.2L 붓기
: 장에 가스가 급격히 차서 위장이 퉁퉁 붓는 고창증(블로팅, bloating)을 예방한다.



⑤필요한 양만큼 찬물로 채우기
: 온도가 차면 새끼양들이 양유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걸 막을 수 있다.





▶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양




① 오로지 뜨거운 물만 사용해서 양유 만들기

  • 생후 3일 이내: 매일 4-6시간마다 분유 50-100g
  • 생후 3일 이상: 매일 6-8시간마다 분유 220-340g



② 젖병과 고무 튜브가 연결된 주사기 함께 가지고 가기
: 너무 허약한 상태의 새끼양은 양유를 삼킬 힘이 없기 때문에 목구멍으로 고무 튜브를 집어넣어 주사기를 통해 양유를 주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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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짓의 정원 근처에 있는 첫 번째 방목지로 향한다. 이곳에는 태어난 지 며칠 된 새끼양들이 열세 마리 정도 살고 있다.







식사를 기다리는 새끼양들 / ⓒ chaelinjane



 우리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메에-!" 하면서 한 두 마리씩 달려 나온다. 양유를 버켓 아래쪽에 고무 꼭지가 달린 피더(feeder)에 절반씩 나눠 붓자 울타리 앞에서 폴짝폴짝 뛰며 난리가 난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마음이 부드러운 솜털로 가득 찬 기분이다. 앞머리에 난 털도 다 제각각이다. 울타리 밖으로 머리를 쏙 내민 새끼양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어떤 녀석은 놀라서 뒷걸음질 치고 어떤 녀석은 내 손이 젖인 줄 알고 입을 벌린다.



폭풍 흡입 냠냠 / ⓒ chaelinjane



 피더를 울타리에 하나씩 건다. 보통 먼저 설치한 쪽에 새끼양들이 몰리는데 그럴 때는 안으로 들어가서 새끼양을 직접 들어 다른 피더로 옮겨 주면 된다. 시력이 좋지 않은 새끼양은 꼭지를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한다. 그럴 때는 주둥이를 잡고 꼭지를 물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 어떻게 빠는지 모르는 새끼양은 꼭지에 입만 갖다 대고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럴 땐 사람이 손가락으로 꼭지를 눌러 양유 맛을 보게 하면 조금씩 빠는 법을 알게 된다. 고아 양들이라도 그중에 더 건강한 새끼양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녀석들이 양유를 다 먹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배를 만져 보고 빵빵하면 강제로 들어서 그만 먹도록 한다. 건강한 아이들은 너무 팔팔해서 자꾸 더 먹으려고 달려드는데 그럴 때마다 고개를 잡아 옆으로 강하게 밀면 어느 순간 포기하고 풀밭으로 돌아간다. 배식이 끝나갈 때 남은 양유는 허약한 새끼양들이 마저 먹을 수 있도록 따로 배려한다. 빈 꼭지를 자꾸 물게 놔두면 손상이 가기 때문에 배식이 끝나면 바로 피더를 밖으로 빼낸다.





글렌엘렌 지도 / ⓒ chaelinjane





방금 새끼양들이 있었던 곳이 지도의 '방목지 1'이다. '방목지 2'에는 더 큰 새끼양들이 신나게 뛰놀고 있다. 방목지 1에서 줬던 방식과 똑같다. 대신 힘이 더 세고 양유에 대한 집착도 더욱 강하다. 성장 정도가 눈에 띄게 달라서 건강한 새끼양은 아주 성장해 있고 허약한 새끼양은 몸집이 여전히 작다. 더 마른 새끼양들이 충분히 섭취할 수 있게 양유를 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양들이 있는 '셰드'로 갈 차례다. 7~8마리 정도가 있어서 뜨거운 물로 양유를 3L 정도 제조해 주사기와 고무 튜브를 함께 들고 간다. 이곳에는 새끼양들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크기의 피더가 울타리에 걸려 있다. 다섯 마리 정도는 첫 번째 방목지에서처럼 피더에 양유를 부어서 적정량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면 되었다. 문제는 숨만 겨우 붙어 있는 새끼양들이다. 발견된 지 얼마 안 되어 영양 상태가 최악인 상황이다. 힘 없이 건초 위에 누워 있는 새끼를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든다. 이런 양들은 조금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양유를 먹여야 한다.


 무릎과 허벅지로 새끼양의 몸통을 고정시킨 후 입에 고무 튜브를 집어넣어 위장까지 밀어 넣는다. 살이 얇아서 고무 튜브가 어디까지 내려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몸부림을 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뒤로 빼지 않도록 무릎과 허벅지로 붙잡는 것이다. 힘이 붙어 있는 새끼양들은 살짝 헛구역질을 하지만 아랑곳 않고 한 번에 잘 밀어 넣어야 한다. 고무 튜브 끝에는 주사기와 연결되는 장치가 달려 있는데 주사기로 따뜻한 양유를 빨아들인 다음 이 장치에 꽂아 위장까지 바로 전달할 수 있다. 힘이 남아 있는 녀석들은 꿀꺽꿀꺽 마시기도 하지만, 아예 죽기 일보 직전인 새끼양들은 빠르게 주입하면 입으로 양유를 도로 흘려 내기 때문에 천천히 주입해야 한다.





셰드의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어미양과 새끼양 / ⓒ chaelinjane





 셰드에는 자식이 죽어 홀몸이 된 어미 양들도 몇 마리 있다. 자세히 보니 우리 안에 새끼 양도 함께 있다. 가죽조끼 같은 걸 걸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 어미 양의 죽은 새끼의 가죽으로 만든 옷이다. 어미 양은 남의 자식에게는 젖을 물리지 않는다. 영양이 심각하게 부족해 인공 양유가 아닌 진짜 양유가 필요한 새끼양들은 죽은 새끼의 가죽 옷을 입고 본인이 진짜 자식인 것처럼 위장시켜줘야 한다. 시력이 좋지 않은 양은 후각으로 판단하기에 어미 양은 이 낯선 고아를 자기 자식으로 생각한다. 어느 정도 자라면 이 새로운 가족은 초원이 있는 방목지로 함께 나가게 된다.


 이렇게 오전 7시-오후 12시-오후 5시, 시간에 맞춰 세 끼 식사를 챙겨주면 된다. 새끼양은 30일에서 35일 정도가 되면 양유를 끊어야 하기에 서서히 배식 횟수와 양을 줄여 나간다. 방목지 2에 있는 많이 성장한 새끼양들은 점심을 주지 않고 아침과 저녁만 챙겨준다고 한다. 셰드에 있는 약한 새끼양들은 수시로 확인해주면 좋다.


 첫날부터 3주 동안 빠짐없이 새끼양들의 식사를 챙겨 주었는데, 이 시간이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가 양손 가득 양유가 든 피더를 들고 "메에-" 하면서 다가가면 숨어 있던 새끼양들이 목이 빠져라 울면서 반갑게 뛰어나온다. 그 짧은 시간이 엄청난 행복감을 만들어낸다. 몇 번이고 새끼양들과 대화를 하다가 양유를 주고, 꼬리를 파르르 떨면서 양유를 흡입하는 새끼양들을 바라본다. 새끼양들이 방출하는 '기쁜 에너지'는 마음을 치유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 돌아서면 또 보고 싶어서 배식 시간이 아닌데도 새끼양들을 만나러 간다.●





여행지 정보
● Gore District, Southland, New Ze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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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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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녀가 되신 건가요ㅎㅎ 새끼양을 돌보려면 엄마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거 같아요.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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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안 그래도 양띠에 태어났는데, 제대로 양의 나라에 가서 양들과 함께 지내다 왔어요 :-)

리스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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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연어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