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쌀 사오기 모험 (2020.03.24)

4개월 전

쌀이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되도록 밖에 나갈 일 안만들고 있었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희가 자주 가는 한국장에 전활 걸었더니 다행히도 평소처럼 저녁 9시에 문 닫는데 7시 지나면 손님이 별로 없다고 알려줍니다. 그래서 저녁 7시 반에 제가 나섰습니다.

주변에 흉흉한 소문들이 돕니다. 집 근처 어떤 가게 점원이 확진 받아서 가게 문 닫았다더라 하는 소문이 알음 알음 게시판을 통해 퍼집니다. 여긴 개인 사생활이 잘 보호되는 미국이니까요!!! 가만히 있으면 자세한 사항을 알 수가 없습니다.

쌀을 살 수 있는 가게가 몇 군데가 있는데 어디가 가장 안전할까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알려진 정보가 없는데 혼자 궁리해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평소 자주 다녀서 내부 구조가 익숙한 곳으로 향합니다. 최소한 빨리 집어서 나올 수 있게요.

마스크는 집에 있는 유일한 어른용 천 마스크를 쓰고, 손에는 얇은 방한 장갑을 꼈습니다. 아직 쌀쌀한 봄이라 다행이네요. 이런 차림으로 늦봄만 되어도 자칫하다가는 열사병걸리겠어요... 그리고 장갑 끼고는 터치가 안되어서... 목록을 카톡으로 받았더니 매번 장갑에서 엄지손가락 빼서 언락하고...ㅋ

가게 앞에 도착해서보니 마음이 많이 놓였습니다. 가게에 사람이 없어요.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돌면 반찬 코너부터 야채칸을 지나 닭고기 파는 곳까지 넓게 뚤린 구역인데, 제 앞에 아무도 없어요! 저와 거의 동시에 들어온 어떤 흰머리 아저씨랑만 조금씩 동선이 겹치고 그 외에는 거의 전세내다싶이 했습니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랬네요.

이왕 온 거 잔뜩 사오라고 해서 고등어도 10마리나 사고, 만두랑 호빵같은 간식거리도 꽤 사고, 이것저것 사다보니 카트 가득 거의 $300 썼네요. 20킬로 쌀도 남은게 5봉밖에 없었는데 그 중 2봉 집어왔구요. 이제 냉장고가 꽉 찼으니 한 2주 정도는 한국장은 안와도 될 것 같습니다. (애들 우유때문에 집 앞 미국 그로서리는 4-5일에 한 번씩 가요)

일상이었던 장보는 일이 마음을 가다듬고 보이지 않는 적을 피하는 위험한 모험이 되어버린 현실이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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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군요. 빨리 상황이 진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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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학교 문 닫는 건 일단 1달 더 늘었습니다. 현재 미국 대통령의 경제를 살리자는 의지는 매우 강력하나 순리라는 게 그리 안될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먹거리 확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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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완료!
고맙습니다.

아.... 티비에서 봤어요. 카트에 산처럼 사가지고 황급히 나가시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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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까지는 아니었구요 ㅎㅎ
사람이 거의 없어서 느긋히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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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있을 때 사두셔야지요. 잘 하셨어요.

미국이 한국보다 더 힘든것 같더군요 ㅠ 힘내세요!

한국은 이제 마스크도 이전보다 구하기 쉬워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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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지 알기 어려운게 좀 답답하죠.
집에만 있는 환경이라면 한국 아파트에 비하면 다행히도 저희 집은 좀 괜찮은 편이에요.

이정도로 모험적인 장보기라니... 확실히 한국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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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별로 없다보니 의심의 강도가 높아져서 답답하네요.

읽으면서 상상되는 장면이 흡사 좀비 영화에 으레 나오기 마련인 마트 내부 씬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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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앞 주차장에 차 세우는데 차가 너무 없어서 정말 을씨년스러웠어요~ 마트 내부는 환하니까 들어가서 좀 안심을.. ^^

DJ님 저는 약국에서일하는데 더바빠졌어요 코로나 넘어오고부터ㅠㅠ 약국이라 문닫지도 못하고 쌩으로 일하고있네요ㅠ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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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과 더불어 최일선에서 고생하십니다!
(혹시 큰 체인 약국에서 일하시나요? 시중 약국에 마스크는 언제쯤 들어올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