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균형이 쏠렸다.

4개월 전

스팀잇에 글을 올리지 않은 지 5일이나 지났다니 믿을 수 없다. 그간의 행적을 두서 없이 기록해보자면...


7/26 금요일
꽉 찬 하루 인상에 깊이 남을 만한 날이었다.
어제도 꾸물거리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들었다.
8시 열린 창으로 무지막지한 빗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생각보다 상태가 쌩생했다. 눈은 충혈되지 않았고 왼팔이 조금 저렸다. 창문을 반쯤 닫고 20분간 멍 때리다가 일어나서 30분간 명상을 했다. 빗줄기 bgm 덕분에 의식이 명료해졌다. 나는 빗소리를 참 좋아하는구나.

오전 12시 마인드풀tv 워크샵이 있었다. 설레는 맘으로 개수대에 잘 말려놓은 텀블러를 챙겨가는 걸 깜짝했다. 인원은 나를 포함해서 13명. 유튜브로만 보던 정민님을 만났다. 뭔가 연예인 보는 기분. 그대로였다. 얼굴도 분위기도 목소리도. 왠지 모르게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

워크샵은 3시간동안 진행되었고 질문을 무작위로하며 대답해주는 형식이였다. 나는 두 번째로 질문을 했고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지만. 속으로 괜찮다고 아무리 떨리는 목소리로 멍텅구리처럼 말해도 질문의 의도가 잘 전달될 거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심장박동보다 60프로 정도 느리게 늘어진 테이프처럼 말하려고 노력했다.

오기 전 한 사람에게 공평하게 할당할 수 있는 질문 시간을 계산해보니 15분 정도였다. 예전에 보던 동영상을 돌려보니 마음이 평온해졌고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달리 물어볼 것도 없어 기회가 온 김에 물어보았다.

"자기계발 없는 자아실현, 깨달음 수행은 허상이낙요? 현실도피가 아닐 지 걱정됩니다. 불편하고 좋아하지 앟는 일이라도 제게 이롭다면 해야하나요?"

방에 앉아 명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것저것 시도하고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면 현실도피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명확히 하고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를 정해두면 다른 불편함은 감내할 수 있다. 명쾌한 답이었다.

다양한 질문 중 용서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먼저 마음을열거 친절히 대하면 호구가 될까 걱정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호구가 되면 어떤가요라고 생각하지만...

워크샵을 진행하며 얼마나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인지 사람들이 말하며서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지 여실히 느꼈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반응을 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이야기로 치환하기 위해 초조해하는 마음. 온전히 그냥 그대로 이야기를 듣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러면에서 이미 수 없이 반복했을 질문을 처음듣는 듯 경청하고 온몸으로 그 사람을 향하는 태도를 보며 굿 리스너의 자세는 저런거구나 닮아가야지 생각했다.

워크샵이 끝나고 정민님께 포옹을 요청하자 옆에 계신 분도 포옹을 했다. 우리도 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어디가시냐고 물었더니 카페에 가신단다. 같이 가자는 나의 제안에 흔쾌히 OK.

3시간 동안 쉴새없이 수다를 떨었다. 너무 재밌었다. 그녀는 나보다 9살 가량 어렸다. 예전의 나보다 훨씬 평온하지만 과거의 나를 보는 기분에 애틋했다. 그녀의 인생이야기와 생각을 듣고. 그녀 역시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또한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웠다. 주제넘게 이것저것 조언도 해버리고. 나는 이렇게 사람의 인생을 듣는 게 인생의 낙인 사람이라 이 시간이 고맙다고 인사했다. 끝나고 나서는 둘 다 목이 갈 것 같았다.


저녁에 엄청 헤맨 끝에 빙빙 돌아 간신히 예정된 시간에 맞춰서 독립출판 강좌 수업에 참여했다. 지하 눅눅한 습기와 빗물이 스며들었지만 아늑한 공간, 유쾌한 강사님, 2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독립출판은 뭐고 이 강좌를 통해 냈던 책들과 여러 사례를 말씀해주시고 중간중간 깨알 퀴즈도 내셨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배우러 갔는데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분명 처음에는 부담 가지지 말라. 임시책이라도 분량이 적어도 괜찮다. 어떤 책이라도 괜찮다고 마구 편안하게 만들어주셨는데 수업 말미에서는 ㅋㅋㅋ 이거 다 해와야 한다. 다음날 결혼식인 사람도 해왔다. 일을 다니면서도 새벽 5시까지 작업을 했다더라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셨다. ㅋㅋ 사람이 끝까지 오길 바라는 마음과 수강생들이 열심히 하길 바라는 마음 사이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

아직 수강생들과 서먹서먹한데 사람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아질 수업이다. 너무 설렜다.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원고 퇴고도 다 못했고... 그길로 집에 돌아와서 책을 만들기 위한 밑작업을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ㅋㅋㅋ 화요일이네. 집에서 틀여박혀서 계속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배고프면 밥먹고 이상하게 당이 땡기고. 너무 힘들면 누워서 티비를 보고. 다시 작업하고 오늘도 그럴 예정이다. 수업 전까지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해볼 때까지 해보는 거지.

생각보다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고민이다. 다시 또 내용을 쳐내야하나.

하루의 균형이 독립출판물 만들기에 쏠려있다. 균형을 잃는 게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좋은 말로는 몰입 사실 굉장한 충동적인 사람이기에. 하나에 사로잡히면 떨쳐낼 수가 없다. 하나씩 배우는 거지. 즐거운 마음으로 푹풍작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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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 예약해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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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예약해주신다면 영광이죠 2주차니 3주차 지나면 올려볼 예정입니당 ! ㅋ

오~~~ 베스트셀러 작가 되시는 건가요? 사인 예약 가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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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베스트 자기만족 작가는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인예약 영광이죠!

독립출판 등 바쁘셨군요 :-) 고물님 뿐이 아니라 스팀잇이 많이 썰렁해지긴 했죠.. 오랜만의 일상글이 단비같네요. 얼른 바란스를 찾으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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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점점 썰렁해진 것 같은데 착각이 아니였군요 ㅠ 아직 레일라님 글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 바란스가 중요한데 말이죠 금요일이 지나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아우.. 고물상님 유명해 지기전에 얼굴도장 찍어야되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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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아직 시간 많이 남아있을 것 같아요 프리곤님 제가 유명해질리가... ㅋㅋㅋ

저도 한권 선주문합니다. 사인도 부탁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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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dive님이 읽어주신다면 무지무지 영광입니당!!!